4일 국내 개봉하는 ‘로나의 침묵 ’은 북유럽의 거장 다르덴 형제 연출작답게 예리한 사회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르덴 형제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이미 두 번에 걸쳐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으로 유럽 사회의 저변에 있는 비인간적 모습들을 성찰해왔다. ‘로나의 침묵’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실제 벨기에 이주민들의 위장 결혼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2008년도 칸영화제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알바니아인 로나(아르타 도브로시)는 벨기에 국적을 얻기 위해 마약중독자 클로디(제레미 레니에)와 위장 결혼을 한다. 가짜 부부지만 클로디는 로나를 희망의 빛으로 삼아 마약을 끊으려고 한다. 로나는 다시 러시아인과 위장 결혼을 해서 거액의 돈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이혼을 준비한다. 그러나 남자친구와 식당을 운영할 꿈을 꾸며 행복해하는 로나에게 언제부턴가 클로디의 모습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클로디에게 쌀쌀맞게 굴어온 로나지만, 어느 순간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 것.

자본의 욕망에 사로잡힌 유럽 사회의 차갑고 어두운 이면이 로나의 애틋한 마음과 대비되면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로나 역을 맡은 아르타 도브로시의 섬세한 내면 연기가 뜨겁고도 긴 울림을 준다.

다르덴 형제는 유럽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끝내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아무도 오지 않을 깊은 산 속 작은 집에서 문을 꽁꽁 닫아걸고 깊은 잠에 빠진 로나의 모습은 그 조용한 상징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