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한·미 정부 고위대표단이 2일 오후 방한, 북한의 2차핵실험이후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조정작업에 나선다. 일본 방문을 마친 뒤 이날 오후 서울을 방문하는 스타인버그 단장 등은 3일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권종락 외교부 1차관 등과 협의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방한기간을 5일까지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스타인버그 단장 등이 5일까지 서울에 머물며 한국측 인사들과 폭넓게 대북문제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단장 등이 서울 체류일을 당초 1박2일에서 3박4일로 늘리게 된 배경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중·러 양국과의 일정조정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인버그 단장 등이 서울체류를 나흘로 늘린 것은 한국측과 대북접근법 조정에 대해 나눌 의제가 많고, 대북압박을 위해선 한국측과의 공조가 핵심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정부 대표단과 나눌 의제와 관련, 1일 “북한의 일련의 도발행위에 대한 대책, 거시적 차원의 대북정책 마련을 위한 협의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로켓 도발에 이어 2차핵실험을 감행한 뒤 한반도 안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만큼 한·미 양국간 대북접근법 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시사인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가 대북접근법으로 견지해온 ‘비핵·개방·3000’ 원칙도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될 전망이다. 매달 북한으로 송금되는 220여만달러의 개성공단 북측근로자 임금문제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자와 현금의 북송중단을 요청할 가능성에 대해 정부고위당국자는 1일 “우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물자에 대한 강력통제를 지지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한편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뒤 핵실험을 한 데 대한 대책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그게 바로 우리가 고위급대표단을 한·일·중·러에 파견한 이유”라고 맞받았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동맹·우방국과의 협의를 통해 기존의 대화와 설득 위주의 대북접근법을 압박쪽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