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핵위기때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일하며 대북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1일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지만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핵보유국 자격을 부여한 상태에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의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스트로브 부소장은 이날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이후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상황을 어떻게 보나.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인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명박정부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이 아주 합리적이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에는 북한문제를 10여년씩 다뤄온 노련한 사람들이 많다. 과거 김대중 - 조지 W 부시, 노무현 - 부시때처럼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서로 다른 대북접근법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가 아직 끝나지 않아 북한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오바마행정부의 대북접근법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오바마행정부의 대북접근법은 지난 2월쯤 이미 결정됐다. 북한이 핵보유를 고집하는 한 협상 안한다는 것, 북한문제는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풀어나간다는 것,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역대정부보다 중시한다는 것이 오바마 대북접근법의 핵심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접근법이 선의의 무시정책(benign neglect)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선의의 무시정책이란 북한이 무엇을 하든간에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일 양국과 협력해 압박을 가하려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국제적 압박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것을 선의의 무시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에 오바마행정부는 아주 효과적으로 유인책(incentive)과 억지책(disincentive)을 적절히 섞으며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중재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국은 6자회담 중에도 그리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에 의지하는 대신 한·일과의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푸는 쪽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