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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살만한 세상’이 돼야 합니다.”

김용하(사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정부의 각종 출산장려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부모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아이를 낳을 것 아니냐”며 “요즘은 부모 못지않게 아이들 간의 경쟁도 만만찮아서 자칫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도태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경쟁과 취업경쟁으로 이어지는 각박한 세상에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느냐는 말이다.

김 원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약자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와 아울러 출산과 양육에 따른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이 말하는 ‘살만한 세상’이란 삶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사회를 뜻한다. 상위 계층에선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전경쟁에 내몰리지 않고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교육과 의료 등 최소한의 부문에선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김 원장은 “서구의 복지국가에서 출산율이 높다고 부러워하지만 정작 그 사회가 애를 낳게 만드는 근본적인 구조가 무엇인가를 짚어야 한다”며 “단순히 몇몇 출산장려책만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