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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아지똥’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1937~2007)의 2주기를 맞아 슬프고 따뜻한 동화로 많은 어린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그를 기리는 그림책과 책·음반이 나란히 나왔다. 어린이 문학상 응모 당시 고인이 최종 심사를 맡았던 인연을 지닌 동화작가 장주식씨가 글을 쓰고, 서양화가 최석운씨가 그림을 그린 ‘강아지똥 할아버지’와 노래하는 시인으로 어린이 노래 모임 ‘굴렁쇠 아이들’을 이끌고 있는 백창우씨가 그림책 ‘강아지똥’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노래로 담아낸 ‘노래하는 강아지똥’이 그것이다.

‘강아지똥 할아버지’는 “도토리처럼 작고 깃털처럼 가벼운 할아버지가 있었어. 평생토록 온몸이 아픈데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몸무게가 사십킬로그램도 채 되지 않았지. 이 할아버지가 서른 몇살 쯤 되었을 때지, 아마. 할아버지는 시골 어느 조그마한 교회에서 종지기를 했어.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종을 치는 일 말이야”라며 시작한다.

이렇게 권정생이 교회당 문간방에 살며 종지기 일을 보던 때에서 시작해 그림책은 풀과 나무, 작은 동물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고, 아파하며,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고,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나지막하게 들려준다. 그림책 속에서 아이들이 “할아버지 이야기는 너무 슬퍼요”라는 말에 권정생은 “미안합니다. 슬픈 이야기만 써서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세상은 살기가 아주 힘든 곳이랍니다.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씩이라도 배워야 해요”라고 말한다. 미술판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서양화가 최석운의 해학적인 일러스트가 이야기를 돋보이게 만든다.

책과 음반이 한 세트로 이뤄진 ‘노래하는 강아지똥’은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 아름다운 꽃을 피운 강아지똥을 통해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모두 귀하고 가치가 있음을 노래로 옮긴 것이다. 총 20곡이 수록된 음반 속 노래는 강아지똥이 밤하늘에 뜬 별을 처음 보고 부러운 마음을 노래하는 ‘별이 되고 싶어’, 강아지똥이 세상에 대한 여러 물음과 호기심을 내레이션으로 풀어낸 ‘나는 누구일까’로 시작한다.

이어 동네 꼬마들이 못생기고 냄새 나는 똥이라며 놀리는 ‘똥 똥 똥 강아지똥’을 거쳐, 모든 존재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말하는 ‘언젠가는 너도 귀하게 쓰일 날이 있을 거야’로 이어진다. 이렇게 노래한다. ‘하느님은 말야/쓸데없는 건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언젠가는 너도/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날이 있을 거야.’ 책에는 노랫말과 악보, 그리고 음반 작업을 하기까지 과정을 에세이로 쓴 ‘내가 만난 강아지똥’이 실려 있다. ‘강아지똥’을 읽고, 노래를 듣고, 또 다시 그림책을 본다면 ‘강아지똥’의 여운이 더 깊게 남을 것이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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