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에 대한 표준 균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본격적인 바이러스 연구와 백신 개발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전파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이 높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백신의 개발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신종 플루 백신도 쉽게 개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AI 백신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은 바 있는 서상희(44·수의학·사진) 충남대 교수는 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표준 균주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또 “신종 플루의 표준 균주인 ‘A-캘리포니아-04-2009’를 분양받는 즉시 대학 실험실에서 백신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며 “아무리 늦어도 3주 이내에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국에 표준 균주를 공급키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한국의 연구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WHO는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균주를 줘봐야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국가에는 표준균주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앞서 표준균주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이번에 서 교수가 균주를 공급받을 수 있기까지에는 국가정보원의 물밑 도움도 적지않았다고 한다.

서 교수에 따르면 현재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타미플루나 리렌자는 예방 백신이 아니라 증상만 완화시켜주는 항바이러스 치료제에 불과하다. 따라서 최근 국내에서 신종 플루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의심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백신개발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그는 추가 환자 발생이 소강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을이 되면 변종이 생기는 등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역대 대유행 전염병의 경우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냈다는 점을 잊지말고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새로운 독감이 등장하면 아무리 저병원성 바이러스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곤 했습니다. 5000만명이 희생된 1918년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의 홍콩 독감 등이 모두 그러했습니다.”

서 교수는 “이번에 발생한 신종 플루의 경우 AI와는 달리 맹독성을 갖고 있지 않은 저병원성이지만 인류가 그 위험성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를 내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도 국내에서 2000명 이상이 독감으로 죽는다고 봐야 한다”며 “어린이들에게 손을 씻도록 시키는 등 개인 위생교육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