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반값에 팔아도…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점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만수기자

지난 5일 낮 12시30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오전 6시에 가게를 열었지만 3~4명의 손님만 받은 서울상회 김영춘(63) 사장은 지나가는 일본인 관광객을 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같은 시간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식품매장은 매진된 김 세트를 판매대에 다시 진열하는 종업원들과 김과 김치를 사려고 줄을 선 수십명의 일본인 관광객으로 혼잡해 남대문시장과 대조를 이뤘다. 김 사장은 “백화점과 시장의 바닥 경기는 완전히 다르다”며 “4월 말부터 반토막 난 매출이 골든위크(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장기연휴 기간)에도 그대로”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골든위크 특수’를 기대했던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의 상인들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4월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일본인은 3만4035명.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1810명보다 56% 증가해 신종 플루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관광객 숫자는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명동과 남대문시장에 보이는 일본인 관광객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고, 상가 매출 역시 반토막났다. 시장 영세상인들부터 신종 플루 사태의 피해를 본 것이다.

식품 매장인 드림마트를 운영하는 김동준 사장은 “지난해 매출의 3분의1”이라며 울상을 지었고, 명동코스메틱 매니저도 “50% 할인행사까지 준비했지만 예상의 절반밖에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명동 관광안내소의 김혜완씨도 “명동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지난 1, 2월에 비해 10%가량 줄었다”며 “신종 플루 걱정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명동을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세 상인들은 울상을 짓는 반면 백화점과 유명 브랜드숍들은 골든위크 기간의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주 롯데백화점 본점의 명품 판매는 36.4% 늘었고, 화장품은 19.5%, 김치는 69.1%, 김은 35.3% 증가해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7%나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명품 판매가 17.3% 증가했고 김은 92.6%, 건강식품은 33.9%나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종 플루의 영향을 직접 받는 시장 상가와 달리 백화점과 호텔은 관광을 시작하는 곳이라 영향이 적다”고 분석했다.

일본인에게 잘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숍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스킨푸드 명동 2개점 매출(1~3일)은 지난해보다 80% 증가했고, 이니스프리 명동 2개점(4월27일~3일) 역시 30% 증가했다. 두 매장 모두 전주 매출의 10% 증가에 그쳤지만, 인근의 화장품 가게에 비하면 좋은 성적표다.

하나투어의 일본관광객 가이드인 김정애(여·46)씨는 “예전처럼 명동과 남대문시장에만 들르지 않고 서울 전역에서 쇼핑하는 것도 명동 일대 매출이 줄어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동철·임정환기자 hhand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