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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옥빈(23)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

2005년 ‘여고괴담4―목소리’로 얼굴을 알린 김옥빈은 ‘다세포소녀’(2006)와 ‘1724 기방난동사건’(2008)을 거치며 연기의 깊이를 더하더니,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30일 개봉)에서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조리 쏟아냈다.

존경받던 신부가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은 후 뱀파이어가 되고, 욕망에 눈을 뜨면서 친구의 아내와 위험한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김옥빈은 신부 상현(송강호)과 사랑에 빠져 남편(신하균)을 죽이고 자신도 뱀파이어가 되는 태주를 연기했다. ‘박쥐’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AM7과 만난 김옥빈은 이 영화를 만난 게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엄청난 매력에 푹 빠졌어요.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좋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너무 멋졌어요. 거기다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이잖아요. 정말 많이 설레었고, 아무한테도 뺏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태주는 제게 딱 맞는 역할이라는 감이 왔어요. 운명처럼요.”

그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시작해 육감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욕망을 표출하고, 나중에는 광기를 뿜어내는 태주 캐릭터를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태주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감독님과 콘티를 보며 이해가 될 때까지 연구했어요. 촬영 중에도 의문이 생기면 감독님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어요. 태주는 상현이 쳐준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는 여자예요.”

김옥빈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연기호흡을 맞춘 송강호에 대해 “괜히 대선배가 아니다”라며 극찬했다.

“강호 선배는 손짓 하나 몸짓 하나로 상대로부터 많은 것을 이끌어내는 배우예요. 그 기운으로 제 연기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는 연기할 때 상대 배우의 눈을 보는 걸 좋아해요. 강호 선배의 눈을 바라보면 제가 무엇을 표현하고 어떤 것을 전달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어요.”

‘박쥐’를 보면 ‘김옥빈이 참 독하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독하다는 건 어감이 좀 그렇잖아요. 물 만난거죠(웃음). 해도해도 지치지 않았어요. 오히려 흥이 나서 더 하고 싶었을 정도였어요. 물론 힘든 장면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 신, 한 신 최선을 다했어요. 지금도 촬영장에 다시 가고 싶어요.”

특히 그가 펼친 파격적인 노출신은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하나의 신일 뿐이에요. 물론 노출신이 쉬운 건 아니죠. 하지만 그 부분때문에 시나리오가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어요. 노출신 때문에 포기할 수 없잖아요. 신경 쓸 필요가 없었어요. 그냥 다른 신과 마찬가지로 열정적으로 임했죠”

김구철기자 kckim@munhwa.com
사진=김수진 ATLA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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