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인터넷 환경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인터넷 고교 얼짱이 브라운관의 스타로 떠올랐고 인터넷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조어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양산됐고,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 울고 울었던 국민 여배우는 인터넷 악성 댓글로 상처 받아 자살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쯤 되면 인터넷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와 소통의 매개체라고 볼 수 없다. 이제 인터넷은 그 자체로 누군가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막강한 권력체가 됐다. 모든 권력에는 견제가 필요한데, 여론의 산실이라는 인터넷만 유독 정화의 손을 댈 수 없는 무소불위의 공간일 수는 없다. 특히 인터넷 공간은 정제되지 않은 채 감성을 자극하는 즉흥적인 글이 난무하기도 하고, 검증되지 않은 추측성 글이 무책임하게 대중을 선동하기도 한다. 몇 년 전 로스쿨에 관한 글을 신문에 한번 썼다가 인터넷 공간에서 엄청난 악성 댓글 세례를 받은 기억이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글과 견해를 무차별 공격하는 것이 우리 인터넷 공간의 현실이다.

20일 선고된 ‘미네르바’ 박대성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1심 무죄판결의 주된 이유는 피고인이 쓴 글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며, 공익을 해할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적용 법률인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처벌 대상으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주의깊게 살펴볼 점은 위 박대성 피고인에 대한 제1심 적용법조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연혁이다. 위 조항은 1983년에 제정된 이래 구성요건의 변화 없이 현재까지 유지돼 왔다. 인터넷이 대한민국의 여론을 주도해 가는 오늘날 과연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라는 1980년대식의 가중 구성요건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때가 됐다.

이에 더해 이 법률의 입법취지는 무엇인가. 이 법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이 법은 전기통신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여 전기통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20년 넘게 곪아왔던 상처가 이제 터져버린 것과 같다. 과연 인터넷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방종일 뿐이라고 배워 왔다. 여론이 여론을 선동하고,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의 권리로 군림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일 리 만무하다.

헌법 제37조에서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을 규정하는 취지도 같은 맥락이며, 전기통신기본법 제1조에서 말하는 효율적 관리와 공공복리의 증진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 없는 우리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건전한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른바 미네르바 ‘판결’의 당부와 관계없이, 이제 우리는 미네르바 ‘사건’이 던져주는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 스스로 자정(自淨)할 수 없다면, 오염을 막는 최소한의 정화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으로 무책임하게 하는 것을 자제하는 자세도 필요하며, 제기된 주장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검증하고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미네르바 판결을 계기로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인터넷 정화체계를 수립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인다면 우리의 인터넷 문화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겠는가.

[[김현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