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의 미국 유학 생활이 의문 투성이다. 검찰 수사 정황, 언론 인터뷰 등을 종합해보면 건호씨는 2년여간의 미국 유학 생활 동안 뚜렷한 수입이 없었는 데도 고급주택에서 살면서 골프를 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만달러나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전달한 500만달러의 일부가 건호씨에게 흘러 들어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건호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 전세비 등을 빼서 마련한 2억원으로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유학경비를 충당했고, 이마저 쓰고 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러난 지출내역만 단순 계산해봐도 2억원은 훨씬 웃돈다. 건호씨가 다닌 미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은 1년 수업료가 약 5만달러(6700여만원). 2년이면 수업료만 10만달러(1억3000여만원)에 달한다.

건호씨 가족은 지난해 4월부터는 기숙사에서 나와 올 초 LG전자 미국법인에 발령나기 전까지 실리콘밸리의 월세 3600달러(약 400만원)짜리 고급주택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율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총 체류기간을 10개월로 잡았을 때 약 4000만원 이상이 집세로 들어갔다. 건호씨는 미국에서 폭스바겐 투아렉과 그랜저를 몰았다. 투아렉 고급사양은 1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호씨의 부인 배정민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월세 3600달러 집으로 이사간 것은 MBA 과정을 마치고 회사에 복직하면 주재원 주택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무리해서 옮긴 것이고, 생활비도 친정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