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검찰에 쏠린 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임채진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측의 600만달러 금품 거래와 관련,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연철호씨가 10일 체포돼 조사를 받은 데 이어 11일 부인 권양숙 여사, 12일 아들 건호씨가 연달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주변 가족들에 대한 조사가 급물살을 타는 만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임박한 상태다. 검찰은 박 회장이 2007년 6월 노 전 대통령측에 직접 전달한 100만달러와 2008년 2월 연씨에게 송금한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가족들에 대한 조사가 급박하게 이뤄지는 것을 두고, 검찰이 이미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혐의 입증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0만달러 압박할 검찰 카드는 = 노 전 대통령은 12일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권 여사가 문제의 ‘100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몰랐고, ‘중요한 것은 증거’라며 구체적인 물증을 대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검찰은 그러나 혐의 입증에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이미 박 회장 등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돈을 건넨 사실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한 증거는 확보했지만, 현 단계에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이 돈을 요구한 시점과 박 회장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시점이 거의 일치하는 것은 중요한 정황이 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간 통화내역도 이미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에게 건네진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한 권 여사의 함구를 중요하게 파악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혐의를 추궁할 경우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본인이 설명해야 하는데도, 권 여사의 경우 돈은 받았지만 빚을 갚는 데 사용한 부분은 밝힐 수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건호씨와 깊게 연관된 500만달러 = 검찰이 확인 중인 또다른 수사 흐름은 연씨가 홍콩 계좌를 통해 박 회장 회사의 홍콩법인 APC로부터 500만달러를 넘겨받은 사실이다. 당초 연씨 측은 이 돈이 연씨가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창업투자회사에 투자받은 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연씨가 박 회장의 돈을 받기에 앞서 2007년 12월무렵 노 전 대통령의 ‘집사’라 일컬어지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연씨와 박 회장을 연결시켜 준데다 건호씨도 연씨와 함께 박 회장을 찾아간 만큼 문제의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과 깊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연씨가 투자한 회사 지분 일부를 건호씨가 소유한 정황을 포착, 건호씨가 배당받은 내역을 확인하는 등 박씨로부터 건네받은 이른바 ‘뇌물’로 해외 투자가 이뤄져 실제로 이익은 건호씨가 받게 되는 구조로 연결됐을 가능성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