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일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해 유연한 입장을 밝힌 배경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대응방향에 대해 “강경대응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요격과 군사적 대응의 한계에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대화창구를 열어놓기 위해서”라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영국 유력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북한이 4월4~8일을 로켓발사시점으로 예고한 뒤 최근 발사대에 발사체를 부착하는 등 ‘카운트다운’이 들어간 가운데 이 대통령이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밝힌 비교적 ‘유연한’ 입장은 사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인공위성 발사시 국제제재가 말 그대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고, 미국도 ‘미사일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는 기류가 강하다.

미국내에서는 ‘북·미간 미사일 발사유예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국제사회 움직임에 대해 냉철한 현실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과정 중에 있고, 이를 위한 대화를 계속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종합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에 대한 경고와 발사 중단 촉구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중국, 러시아도 반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지만, 탄도미사일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의혹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점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가 북한의 협상에 도움될 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도움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북한이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다면 인공위성으로 간주할 수도 있겠지만, 핵무기 개발 의혹 때문에 이번 발사체는 이를 운반하려는 미사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따라 정부는 대북 제재방법으로서 미국과 비슷한 경제제재의 효용성에 대해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밝힌 ‘개성공단 유지’방침도 대화창구의 통로라는 측면과 함께 폐쇄를 단행할 경우 예상되는 남북관계의 긴장고조를 피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최근 경제살리기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청와대 외교라인 핵심관계자는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이 노리는 바”라며 “북한은 우리 스스로 폐쇄하기를 바랄 지 모르지만, 우리가 이에 감성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