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제(女帝) ‘김연아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김연아가 착용한 액세서리부터 그가 광고에서 부른 노래까지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또 김연아가 척박한 한국의 인프라를 딛고 ‘피겨 여제’의 자리에 우뚝 섰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의 전도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연아 열풍’ 휩싸인 대한민국 = 김연아 선수의 우승 행진이 계속되면서 전국 각지의 스케이트장은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청소년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 목동아이스링크,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등 피겨스케이팅 강습이 개설된 스케이트장은 성인반에도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자녀를 등록시키기 위해 접수 당일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스케이트만이 아니다.

김연아의 출전경기 배경음악 등을 모은 클래식 앨범도 상한가다.

김연아의 클래식 컴필레이션 음반 ‘페어리 온 디 아이스(Fairy On The Ice)’가 발매 3개월여 만에 총 판매량 5만장을 돌파했다. 음반 제작사인 유니버설뮤직은 ‘페어리 온 디 아이스’가 지난 27일 판매고 5만장을 넘어섰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10일 출시된 이 앨범은 이번 우승을 안겨준 출전 음악 ‘세헤라자데’,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등 김연아의 경기 배경음악과 김연아가 평소 즐겨 듣는 음악 등 총 20곡을 담고 있다. 유니버설뮤직은 “김연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천 장씩 무더기로 팔려나간 끝에 단기간 5만장을 넘어섰다”면서 “음반 시장이 극심한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이처럼 빠른 기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가요와 클래식을 통틀어 최근 몇 년 동안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김연아가 에어컨 광고에 등장해 춤을 추며 불렀던 ‘씽씽송’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김연아가 경기 군포 수리고 재학시절 교복 차림으로 인터뷰하는 장면이 TV에 나오자, 평범했던 이 학교 교복이 ‘김연아 교복’으로 인기를 끌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김연아가 경기 때 끼고 나온 묵주반지도 ‘김연아 반지’로 불리며 여중·여고생들 사이에 유행이 되고 있다. 김연아의 미니홈피도 ‘폭주’ 상태다. 30일 오전에만 1만9000여명이 방문했고 전날에도 20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기록했다. 30일 오전 현재 방문자수가 1669만여명으로, 조만간 1700만명 돌파가 무난해 보인다.

31일 귀국과 동시에 ‘김연아 모시기’ 경쟁도 뜨거울 전망이다. 김연아의 모교인 군포 수리고 홍기영 교감은 “학교에 들른다면 당연히 환영행사를 열 텐데 (김연아 소속사인) IB스포츠 쪽에서 아직 연락이 없다”며 “(김연아가 지난달) 졸업식에도 참석 못해 졸업장도 학교에 보관하고 있는데, 한 번 찾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를 신입생으로 맞은 고려대도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준비 중이다.

◆김연아는 ‘희망 전도사’ = ID ‘우랄라라’는 자신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그녀가 우승하기까지 피땀어린 눈물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우리의 인생 가운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그녀와 같이,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며 좌절해본 모든 수험생에게 주는 희망의 소식”이라고 밝혔다.

정진도(27·대학원생·서울 서대문구)씨는 “야구 대표팀도 김연아 선수도 부족한 환경을 노력으로 극복한 사례”라며 “어려운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임정환·신세미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