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에 의해 축출됐던 이프티카르 초드리 대법원장이 22일 직무를 재개했다. 현지 일간 더 네이션 등에 따르면 22일 초드리 대법원장 집 앞에 변호사·학생·사회운동가 등 수많은 군중이 모여 파키스탄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며 그의 대법원장 직무 복귀를 축하했다. “마치 축제 분위기 같았다”고 더 네이션은 전했다.

파키스탄 대법원도 이날 성명을 통해 “초드리가 대법원장 자격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초드리가 대법원장 자격을 회복한 것은 지난 2007년 11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던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대법원 재판부를 전원 해임한 이후 14개월여만이다. 초드리는 지난 2005년 무샤라프에 의해 대법원장에 지명됐다. 그러나 재임 중 무샤라프의 뜻을 거스르는 판결로 2007년 3월 처음으로 대법원장직을 박탈당했다.

초드리와 70여명의 판사 복직 문제는 그동안 파키스탄 정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를 이끄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와 변호사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통해 그의 복귀는 이루어졌다. 무샤라프가 초드리를 파면한 뒤 대법원장으로 임명했던 압둘 하메드 도가는 하루 전인 21일 사임했다.

복직된 초드리는 향후 파키스탄 정국에서 ‘태풍의 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무샤라프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에 대한 과거사 청산에 나설 경우 파키스탄은 다시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쪽 같은 판결로 정권과 맞서왔던 그의 성향을 감안하면 그가 무샤라프의 국가비상사태 등을 단죄하는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각종 이권에 개입해 수수료를 10%씩 받았다는 의미에서 ‘미스터 10%’로 불릴 만큼 부패 전력이 있는 자르다리 대통령의 과거를 파헤칠 수도 있다. 초드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현재 진행중인 여야 협상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와 PML-N의 샤리프는 22일 회동을 가졌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