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기침체에도 농촌이 안정지대로 남으면서 농업이 ‘지속가능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농촌(rural)의 르네상스, ‘루럴상스’ 시대가 온 것일까.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도 농업지역 경제만큼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취농(就農)설명회’가 전국적으로 성황을 이룬 가운데 정부가 농업을 새 성장축으로 선정했다. 중국은 가전하향(下鄕)과 자동차하향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농업·농민·농촌 등 3농(農)정책을 국정 기조로 삼고 있다.

농촌 경제가 경제난 속에서도 굳건함을 지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맨다 하더라도 먹는 것만큼은 아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녹색성장’ 바람이 농촌과 농업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데 한몫하기도 한다.

지난 17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로이터 식량 농업’ 회담장. 참석자들은 미국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농업지역 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듀폰그룹의 짐 보렐 농업담당 부회장은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농업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없는 편”이라면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먹어야 살기 때문에 농업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업과 농산물 생산자, 유통업계 참석자들은 ▲식량과 곡물, 종자에 대한 수요는 어떤 경제환경에서도 성장한다는 점 ▲세계적으로 녹색성장과 생태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 등에 미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농업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본에서도 농업 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우선 전국 각지에서 경제위기에 따른 도산과 감원의 여파로 귀농인구가 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취농설명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전국농업회의소가 운영하는 인터넷 신규 취농상담센터와 홈페이지에는 모집공고가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는 향후 10년간 일본 사회를 이끌 새로운 성장축으로 농업과 관광산업을 선정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수출의존형 성장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지금 일본 경제의 대안으로 나타난 게 농업”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달 말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정보기술(IT)과 농업이 결합한 신농업 개척 붐이 일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농림수산상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경작을 안 하는 땅을 줄이고 첨단기술을 활용한 농업 신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밝힌 게 이런 맥락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치료 기능이 있는 쌀 개발과 누에고치로 만든 이식용 인공혈관 보급 등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요네즈로 유명한 큐피가 야채 생산 출하를 시작하는 등 기업들의 진출도 잇따른다.

중국에서는 올 초 가전하향을 실시한 데 이어 3월에는 자동차하향을 시작하는 등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들여 기업의 농촌 판매와 농민의 제품 구매를 쌍방향에서 돕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해마다 그해 가장 중요한 정책을 담아 발표하는 ‘1호 문건’에서도 3농 살리기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허민기자 minski@mu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