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나 모조, 표절, 패러디, 모방을 통한 재창조 등의 의미가 한꺼번에 담긴 중국의 ‘산자이(山寨) 현상’은 규제의 대상인가, 보호의 대상인가.

중국 최대 유행어로 등장한 ‘산자이 현상’에 대해 중국인들은 ‘가짜와 표절에 불과한 저급한 문화’라는 평가에서부터 ‘폭리산업의 공격수’로서 난공불락의 독점구조를 무너뜨리고 자본의 공평한 발전을 유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산자이 현상 찬반론’이 이제는 입법 규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 짝퉁에 불과 = 전 중국중앙방송(CCTV) 아나운서이자 배우인 니핑(倪萍)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은 지난 12일 폐막한 정협 11기 2차회의에서 ‘산자이 현상’에 대해 입법 규제하자는 건의안을 제출했다. 니 위원은 “인터넷에 산자이가 범람한다”며 “산자이는 민간 문화와 풀뿌리 문화라는 기치를 내걸지만 상당부분은 모두 표절이고 위조이며 가짜”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과 행정 규제를 통해 이를 강력히 제지해야 한다”며 “올 정협에는 산자이 현상 제지와 관련한 건의만 7가지”라고 규제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의 문화’= 그러나 공한린(鞏漢林) 정협위원은 “30년의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중국 사회는 점점 다양한 문화의 출현을 허락하고 있다”며 “사람들의 관념도 이미 이를 포용할 정도로 개방되어 있다”고 산자이를 옹호했다. 중국의 천재 소녀 작가 장팡저우(蔣方舟)도 “산자이 행위가 신변안전과 저작권에 침해를 준다면 법률로 처벌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의 산자이라면 매우 좋은 현상으로 입법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 장닝(문학평론가) 베이징 사범대학 교수는 “산자이 문화는 예전부터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일종 특수표현 방식을 현재의 사람들이 ‘산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일 뿐이어서 이에 대해 관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해적판과 분리 = 신세대 작가 한한(韓寒)은 “산자이와 해적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해적판은 남의 이익을 침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며 이를 단호하게 단속해야 하지만 산자이 문화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다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산자이와 해적판을 구분해야 한다며 옹호론 쪽에 서있다.

류빈(柳斌)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 서장은 “산자이 문화는 해적판과 달리 인민대중의 창조력과 일정 정도의 생존 근거가 있다”며 “산자이 문화가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범하지 않고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창작품이라면 결코 해적판의 범위에 포함해서 단속해서는 안되며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


■ 산자이란 = 2008년 중국에서 가장 유행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원래 뜻은 소설 중국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산적들의 집단 주거시설이나 소수민족의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수년 전 광둥(廣東)지역에서 생산된 ‘짝퉁 휴대전화’를 가리키면서 ‘합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브랜드’라는 의미의 단어로 쓰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