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모 단체가 주관한 봄맞이 시민행사에 참여했다. 행사가 끝난 후 돌아오던 길에 행사장 뒤쪽에서 폐물품을 정리하는 장면을 보았다.

행사에 쓰였던 각종 물품 쓰레기더미 속에 많은 태극기도 흉측하게 버려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태극기가 유독 눈에 띈 것은 여러장이 마대자루에 쑤셔박혀 있거나 깃봉에 둘둘 말린 채 버려져 있었다. 일부는 쓰레기 처리 담당자들의 발길에 밟혀 신발자국이 선명한 채 바닥에 팽개쳐져 있었다.

행사가 끝나 못쓰는 태극기이니 쓰레기더미 속에 있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원래 태극기는 더 이상 활용이 불가능해 못쓰게 될 경우 소각하도록 돼있다. 그냥 마구 버려져 흉측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어떤 행사에 쓰인 태극기가 그 용도가 끝나 버려지는 경우 태워서 버릴 거라는 생각에 그냥 일반 쓰레기더미 속에 함께 섞어 버리는 것은 태극기를 모독하는 일이다. 국기에 대한 예우가 아닌 것이다.

비록 못쓰는 것이고 이왕 태워질 것이라 해도 다른 쓰레기와 섞이지 않는 별도의 박스 같은 곳에 보이지 않게 담아 놔뒀다가 따로 처리하는게 제대로 된 태극기 처리법이다. 그것이 일반 쓰레기와 다른 국기이기 때문이다.

태극기를 일반 쓰레기로 취급하지 말고 제대로 소각처리 해야 할 것이다.

[[양창숙 · 서울 종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