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시기 형무소 재소자에 대한 ‘집단 학살’이 이뤄진 사실이 국가 기관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형무소에 갇힌 재소자와 민간인 3400여명이 군인과 경찰, 교도관 등에 의해 희생된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1950년 7월부터 9월까지 부산, 마산, 진주 형무소 3곳에서 수감된 재소자와 민간인 등 최소 3400여명이 육군본부 정보국(CIC), 헌병대, 지역경찰, 형무관(교도관)에 의해 불법적으로 희생된 사실을 밝히고, 그중 576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가 이번에 조사한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은 제주 4·3 사건과 여순사건 등으로 전국 형무소 20여곳에 수감 중이던 최소 2만여명의 재소자들과 예비검속으로 구금된 국민보도연맹원들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돼 암매장되거나 수장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에 대해 2006년 11월부터 직권조사를 시작했으며, 아직 조사 중인 675건에 대해 올해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부산형무소에서는 1950년 7월26일부터 9월25일까지 3차례에 걸쳐 1500여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살해됐으며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148명이다. 이들은 전쟁이 나자 부산 사하구 동매산과 해운대구 장산골짜기 등지에서 집단 사살됐으며, 일부는 오륙도 인근 해상에서 산 채로 물에 빠뜨려져 희생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산형무소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최소 717명(신원확인 358명)이 총살되거나 마산 구산면 앞바다에 집단 수장됐고, 진주형무소에서도 최소 1200명(신원확인 70명)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이 집단 살해됐다.

진실화해위는 부산·경남지역 형무소에서 희생된 대다수 재소자는 정당한 법적절차 없이 살해됐고, 육군형사법·국방경비법 등을 위반해 징역 3년 이하를 선고 받은 일부 기결수들도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헌병대에 인계돼 총살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유족에 대한 사과와 위령사업 지원, 민간인 희생 내용의 공식간행물 반영, 인권교육 강화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