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주만 술인가요? 사케·와인도 있어요

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들어 대중화되고 있는 와인.

주류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수십년간 소주와 맥주의 양강체제로 유지되던 주류시장에 와인은 물론 일본의 사케 등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주류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맥주전문점들 역시 기존 맥주회사들의 생맥주 판매에서 벗어나 다양한 브랜드 맥주를 내세우며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소비자들, 특히 개성이 강한 젊은층의 경우 입맛이 다양해지고 정보 습득도 빨라 주류시장에서 특정 주류에 대한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며 “메뉴나 인테리어에 따른 차별화 대신 주류전문점의 주메뉴인 주류에 따른 차별화가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타도 ‘소주·맥주’ 선봉에 선 일본 사케 = 최근 주류시장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주류는 다름아닌 일본 사케가 꼽힌다. 정종으로 대변되던 사케는 1990년대 중반 외식시장에 이자카야로 불리는 일본식 선술집들의 등장과 함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1990년대 대표적인 이자카야전문점으로 꼽히는 ‘쇼부’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메뉴를 내세워 대중화에 성공했으나 상대적으로 사케 종류는 다양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사케를 내세운 브랜드들이 잇달아 론칭되면서 최근에는 30여개의 이자카야전문점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펀앤조이오뎅사케’는 매장 내에 오뎅(어묵)바를 설치하고 일본 수제 어묵과 함께 가격대별로 다양한 사케를 선보여 각광 받는 사케전문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주류시장의 분위기에 맞춰 편안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와 일식은 물론 중식과 동남아식 등 퓨전요리를 안주 메뉴로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어묵 외에 탕, 샐러드, 구이, 꼬치, 튀김 등 종류별로 60여개의 메뉴를 갖추고 있다.

◆ 웰빙 바람에 와인 인기 여전 = 와인은 2005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주류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와인은 각종 뉴스 등을 통해 폴리페놀 성분의 항산화 작용으로 동맥경화와 심장병, 노화 방지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웰빙 열풍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생활수준의 향상과 서구화된 식생활, 여성들의 사회 진출 증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의 복합 작용도 와인의 대중화를 촉진했다. 프랑스 중심의 고가 와인에서 칠레 등을 통해 1만원대의 저렴한 와인 공급이 가능해진 것도 와인 대중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량은 2006년 8860만달러에서 2007년에는 1억5036만달러로 2배 가까이 상승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전반적인 창업시장에서도 와인의 영향력은 커졌다. 주류전문점뿐만 아니라 육류전문점 등에서도 여성 고객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와인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와인전문점을 내세우며 와인을 주된 컨셉트로 한 ‘투엔디’ ‘뱅엔와인’ 등의 브랜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 변해야 산다 -‘생맥주도 브랜드 시대’ = 1990년대 중반까지 하이트와 OB, 카스 등으로 대변되던 맥주 프랜차이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세계맥주전문점 ‘와바’였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맥주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젊은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불교의 천신불에서 착안한 맥주신전에 세계 30여개국 120여개 맥주를 진열하고 눈이 내리는 스노바를 비롯해 아이스바, 카지노바, 양주바 등 색다른 인테리어로 기존 생맥주전문점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어학연수나 유학 등으로 해외생활을 접한 젊은층이 증가하면서 생맥주의 브랜드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매드독스’는 독일 생맥주인 호프브로이를 취급하면서 맥주맛이 좋은 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부드럽고 순수한 첫 맛 뒤에 감도는 쌉싸래한 맛과 향긋함이 특징으로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2000년대 들어 브랜드화가 진행되고 있는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