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용산 철거 현장 화재 사고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종결됐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혐의를 인정했고, 경찰에 대해서는 진압작전과 참사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하여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결과에 대해 농성과 시위에 참여했던 측과 이에 동조했던 시민단체 등에서는 편파적인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진압작전이 정당한 공무 집행에 속한 것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사업에서 촉발된 이번 사건은 시위대와 경찰 등 6명이 목숨을 잃은 정말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사건의 발생 원인과 분쟁의 해결을 위한 방법과 절차 등을 볼 때 대형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도 부족했고, 사건 발생 이후 그 처리 과정도 미숙했다. 어떤 사건도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 문제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법과 원칙이 실종된 가운데 자신의 주장만 내세운 극한 대립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이 사건은 재개발을 위한 철거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정치권은 현장으로 달려가 그 대책을 언급했다. 이 사건도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여당과 책임 소재부터 가려야 한다는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치 쟁점화했다. 그러나 사건의 원인과 책임 소재 등과 관련해 정치권이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법적 절차다. 검찰의 수사는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관련자에 대한 증거 수사 등 사건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법적인 것이다. 물론 검찰의 수사 결과는 정치권에 있어서 각 정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해도 그 책임 소재에 대한 수사는 법적 문제일 뿐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나름대로 고심하면서 법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적법한 검찰권 행사를 통해 수사한 결과를 정치권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한다면 이는 검찰의 수사권에 영향을 미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건의 수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정치권의 행보는 국정조사권 발동과 특별검사제 도입 등이다. 물론 이러 주장들은 대부분 정치적 제스처로 끝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회의 내지 불신을 가져올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만약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사법부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은 법과 정치의 경계가 모호한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볼 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수사 결과를 놓고 정치적으로 판단한다면 법적 문제를 정치화하여 국가의 법질서에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 검찰이 자의적으로 수사했다고 판단되면 항고 제도나 재정신청 등 이의 시정을 위한 제도들을 활용해야 한다. 즉, 검찰의 수사권 행사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로 판단하는 것은 법치의 확립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인식해야 한다.

[[김상겸 / 동국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