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극심한 내수 침체로 부도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4일 경기 안산시 대로변에 부도상품 의류를 파는 노점상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산 = 김선규기자

‘하던 사업을 중단해 집기를 내놓습니다. 빨리 팔아 다만 얼마라도 건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한 온라인 몰에 ‘땡처리’ 상품을 내놓은 폐업주의 눈물어린 글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경기불황으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소규모 회사들이 늘면서 폐업 정리를 위한 이른바 ‘땡처리’ 상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5일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폐업, 업종변경 등에 따른 점포 집기 등 땡처리 상품은 1월 평균 820여건으로 전년 동기(310건) 대비 165%나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1일 평균(750건)에 비해서도 8%가 늘어난 수치다.

개인이 자신의 상품을 내다 팔 수 있는 오픈마켓인 옥션에서 폐업 상품 등재 건수는 지난해 1분기(1~3월) 일평균 310건에서 2분기(4~6월) 540건, 3분기(7~9월) 620건 등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땡처리 제품이 늘면서 사연도 다양하다. 아이디 ‘atomch’는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밀린 급여 대신 여러 가지 물품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다른 물품들은 어떻게 처분을 했는데 남은 게 이 카펙(카오디오 기능 확장기)입니다”라는 사연을 남겼다. 제품 설명과 함께 2개에 1000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그는 “배송비 빼고…, 그럼 저는 몇 백원 안 남겠지요. 빨리 판매를 해서 다만 얼마라도 건지고픈 마음뿐입니다. 정말 지긋지긋하네요. 여러분이 좀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아로마 가게를 폐업하게 돼 한정수량으로 저렴하게 판매 처분하려고 한다’고 밝힌 아이디 ‘hykim1014’는 갖가지 아로마 향초, 티 포트, 도자기 등 15가지 상품을 30~40% 싸게 내놓았다. 책 대여점을 했다는 아이디 ‘vik789’는 “대여점 폐업으로 팬터지 소설, 로맨스 소설 급처분한다”며 권당 무조건 500원 헐값에 내놓았다. 소설 등 장르별로 무려 1000권이 넘는다.

이 밖에도 ‘가게를 급하게 정리해야 해 싸게 내놓는다’며 직접 개조해 만든 고기 굽는 부스를 헐값에 내놓는 등 음식점 운영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줄을 이었다. 아이디 ‘rlagmlwn23’은 “하던 장사를 접었다”며 튀김이나 어묵을 요리할 수 있도록 꾸민 분식카를 44만원에 내놓았다. 옥션 관계자는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폐업정리 상품 등록 역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