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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억울하다(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착하다).

옛날엔 겨울이라는 계절의 이미지를 어둡고 비밀스럽다고 여겼다. 그래서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조금은 음산하게 바라보았다. 뭔가 잘못된 고정관념이 분명한데 아마도 우리나라보다 북쪽, 그러니까 더 추운 지역에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 공산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의 겨울 날씨가 워낙 춥기 때문에 그 추위를 극복하기 위하여 독한 보드카를 마시며 항상 웅크리고 산다고 믿었고, 거기다가 한창 반공교육을 하던 우리와는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가졌으므로 그들은 늘 무엇을 감추고 거짓말을 한다고 부정적인 교육을 했다고 추측하면 비약일까?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따뜻한 지역에 비해 추운 지방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여기게 된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추운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 드물었고, 혹 사계절 가운데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면 무슨 의혹이 있는 사람 취급을 하거나 아니면 고독하고 우울하게 보아왔다. 이렇듯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겨울이란 이미지가 긍정보다는 부정, 빛보다는 어둠, 웃음보다는 슬픔이 더 어울리게 자리잡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겨울은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계절이다. 사진가로서의 직업적 감상 때문일까? 겨울은 회색이나 어둠이라기보다는 영원한 흰색의 이미지로만 보일 뿐이다. 아마도 겨울의 상징인 눈(雪) 때문이겠지만 유난히 섬세하고 투명한 하늘빛 그리고 동짓달 긴 밤 내내 총총 밝게 빛나는 별빛도 추운 겨울을 하얀색으로 규정짓기에 모자람이 없다. 입과 코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과 새벽마다 볼 수 있는 서리 내린 대지… 그 모두가 하얗지 않은가?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도 드라마틱한 겨울찬가를 증명해주고 있는데, ‘닥터 지바고’나 ‘러브 레터’를 보면 겨울이 얼마나 아름답고 순수하고 고귀한지를 공감할 수가 있다. 그래서 더 이상 겨울을 춥고 음산한 계절로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스타들을 사계절의 이미지와 비교한다면, 그동안 그저 예쁘다 귀엽다 등의 상식적 형용사로만 묘사하던 이미지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풍부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 스타 중에서 겨울과 가장 닮은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단연 한지민을 꼽겠다. 지적인 분위기 속에 겨울처럼 순수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 한지민. 겨울의 이미지는 눈과 얼음 때문인지 깨끗함과 동시에 화려하고 도도함을 가지고 있다. 금방 깨어질 듯 조심스러우면서도 빛을 받았을 때 발하는 그 광채가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다. 그래서 사뭇 순수하면서도 고귀한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한지민의 얼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겨울 이미지는 이렇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녀는 순백의 함박눈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얼음 결정체처럼 섬세한 아름다움을 겸비한 전형적인 미인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눈 내리는 겨울, 연초가 되면 흰눈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눈부신 한지민이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