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는 미국내 흑인들의 감동은 남달랐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역사적 사실 속에 숨어있는 과거의 서러운 기억과 오바마의 당선을 계기로 흑인사회에 샘솟을 희망이 뒤얽힌 묘한 감정이었다.

워싱턴 취임식 행사를 직접 보지 못하는 흑인들은 거주지 흑인 교회를 중심으로 개최된 취임식 기념 이벤트에 참석하거나 단체로 TV를 시청했다. 흑인 교회는 1700년대 후반 이후부터 줄곧 미국 흑인사회의 ‘닻’과 같은 역할을 했다. 어렵고 힘들 때 불만을 토로하고 서로가 위로받는 공간이었다. 지친 노예들은 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고, 노예 폐지론자들과 인권 운동가들은 교회에서 ‘변화’를 외쳤다.

많은 흑인 거주민들과 함께 광장에 나온 샌프란시스코 베이뷰 디스트릭트에 거주하는 92세의 벨리 피킨슨는 “내 할머니, 부모, 형제들은 이제 세상을 떠났지만 오바마를 통해 드디어 희망의 빛을 보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피킨슨씨는 흑인 인권 역사의 산 증인으로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흑인 인권 운동과 제시 잭슨 목사의 대통령 출마, 그리고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과 취임까지, 길고 험난했던 인생의 스펙트럼을 회상하며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전했다.

필라델피아 베델 감리교회에 모인 흑인들은 노예의 손으로 지어진 교회에서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을 맞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회 부지는 1979년 이후 줄곧 흑인 소유다. 이 교회 관리자인 돌로레스 리온스는 “기억에 남을 순간이다. 여기에는 이 장면을 평생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이 모여있다”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