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미합중국 대통령직을 충실하게 수행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합니다.”

20일 미국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내셔널 몰에서 열린 제 44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선서가 울려퍼지자 200만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안녕 부시’라고 말하는 20대 백인에서부터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흑인여성들까지 마치 ‘선서’를 기점으로 세상이 바뀐 듯 기뻐했다. 두 시간 넘게 추위속에서 떨었던 200만 인파가 가장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취임식장 단하에 서 있던 기자는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문득 ‘미국의 새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뛰어넘는다는 세계사적 의미가 느껴졌다.

후세인이라는 그의 중간이름은 중동의 무슬림들이 사용하는 흔한 이름이고 이 때문에 지난 대선기간 내내 그의 중간이름은 최고의 금기단어였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흑백갈등뿐 아니라 이제는 세계의 최대 현안인 기독교와 무슬림의 역사적 갈등까지 풀어나갈 임무를 타고 난 듯이 여겨졌다. ‘흑인’에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지닌 젊은 지도자에게 희망과 변화를 기치로 미국 대통령직을 안겨준 사건이 결코 우연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이날 사회자는 취임선서 단상에 등장하는 새 대통령을 ‘버락 H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라고 소개했고, 상·하원 합동 취임식행사위원장이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취임식 내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호칭했지만 오바마는 스스로 ‘후세인’임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취임연설에서 “미국은 기독교, 무슬림, 유대교, 힌두교 그리고 무신론자들의 나라”라고 말함으로써 미국의 다양성이 지닌 강점을 강조했다. 그의 선서와 취임식 내내 어쩌면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의 선택만이 아니라 ‘세계사적 목적’이 이끈 선택이기를 바라고 싶었다.

이날 취임식을 모든 미국인이 함께 기뻐했지만 취임식장 자체에는 구분이 있었다. 200만의 인파중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 단상 아래의 특별석 표를 사전에 배정받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상으로부터 멀게는 2㎞가량 떨어진 곳에서 대형 화면으로 취임식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차별’쯤은 오늘같이 ‘기쁜 날’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이날 워싱턴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발’이었다. 도심 차량진입은 차단됐고 지하철은 만원이었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