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의 20일 취임연설 키워드는 ‘통합’과 ‘책임’과 ‘재건’으로 요약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8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국민들이 통합과 단결의 정신으로 자신과 국가와 세계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미국의 경제와 역사적 임무를 재건해줄 것을 역설했다.

특히 이번 연설에서는 애국심이라는 전통적인 가치의 중요성이 강조돼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는 “우리의 도전은 새로운 것이지만 우리가 성공을 위해 의지해야 할 가치는 충성과 애국심 같은 것”이라며 “이런 것이야말로 역사를 진전시켜 온 힘이며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러한 진실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 통합과 단결을 이루는 정치 = 오바마 연설의 가장 큰 줄기는 통합과 연대였다. 인종간 화합과 세대·이념간 연대가 바로 ‘두려움을 넘어 희망’으로 가는 길임을 그는 역설했다. 오바마는 “미국은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힌두교는 물론 무신론자들의 국가이며 지구상 곳곳에서 온 다양한 언어와 문화로 구성된 국가”라면서 “우리는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의 아픔과 분리의 아픔, 그리고 어두운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강력해졌고 단결해 왔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이어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 희망을, 갈등과 반목을 넘어 단결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며 “과거의 증오는 언젠가 사라지고, 인종간 분리도 해소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취임 전 내각 인선을 통해 그리고 취임식을 통해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당내 대선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했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켰다. 내각에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유색 인종과 여성 각료들이 대거 포진됐다.

◆ 국가와 세계에 대한 책임 = 오바마 취임연설에 있어 또 하나의 키워드는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책임감이었다. 실제로 오바마는 취임 하루 전날 각종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봉사와 책임의 정신을 일깨웠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은 물론 미국과 세계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의무를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새로운 시대의 책임감”이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의무를 마지못해 이행하지 말고 기꺼이 그리고 단호하게 수용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바마가 강조한 책임은 나와 국가에 대한 책임이면서 동시에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책임감이다. 오바마는 특히 새로운 세계평화의 시대를 위해 책임감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선언함으로써 패권주의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은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대비됐다. 그는 “미국은 품위와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나라와 남녀노소의 친구이며 힘의 신중한 사용을 통해 우리의 힘이 커진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도전을 이겨내는 역사적 재건 = 오바마는 현재 미국이 직면한 도전은 ‘실제상황’이며 이 도전은 심각하지만 미국의 역량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오바마는 “오늘부터 우리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먼지를 훌훌 털고 미국을 새롭게 만드는 과업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이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미국경제의 재건에 대한 다짐이자 금융위기 이후 실추한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역사적 임무의 재건에 대한 약속으로 풀이된다.

허민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