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용산 참사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과 사회 원로들은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 ‘화염병시위·농성’과 ‘과잉’ 진압으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정부가 내세우는 법 질서 확립과 함께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 =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해서는 시위대의 화염병 시위와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강경근(법학) 숭실대 교수는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법 질서를 지키지 않고 과격 시위를 한 시위대에 있다”며 “경찰의 법 집행이 ‘과잉’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극단적인 상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대처를 확실히 하지 않고 쉽게 판단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은 “경찰이 공을 세우기 위해 간첩 소탕, 적 섬멸 작전하듯이 하면서 불상사가 일어났다”며 경찰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수적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과격한 행동을 한 철거민에게 원인이 있다거나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했다는 말로 이번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 볼 만한 경찰특공대 투입을 25시간만에 전격 결정한 배경에 대해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촉구 = 전문가들과 원로들은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종 바른사회 공동대표는 “진실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럴 때만이라도 여야가 싸우지 않고 진상 규명을 위해 협력해 가슴 아픈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근 교수는 “경찰이 대처가 미숙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정부가 엄정한 법 질서 확립이라는 기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이사장은 “앞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이런 비극이 재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실장도 “정부가 ‘속도전’, ‘전광석화’와 같은 말이 나오는 등 국정을 공기를 정해 놓고 하는 건설 공사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다양한 의견으로 합리적으로 듣고 조정해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채·한동철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