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가 있었던 20일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촛불시위가 열렸다.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N빌딩 앞에서 열린 이날 시위에는 1000여명(경찰 추산 800명, 주최측 추산 1500명)이 참석했으며 거리행진 끝에 투석전이 벌어져 부상자와 연행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매일 오후 7시 N빌딩 앞에 모여서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날 오후 7시에 모인 시민들은 N빌딩 앞 4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자유발언을 진행하며 행사를 이어나갔다. 간간이 “이명박 정권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자유발언에서 “테러를 막기 위해 만든 특공대를 투입하고 어디에도 없는 컨테이너 작전을 우리 서민들에게 펼치고 있는 이명박은 누구인가”라며 “이제 우리가 한마음이 돼 우리 생존권을 지키자”고 말했다.

시위대 일부는 참사 현장에 마련된 임시 빈소에 국화를 꽂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오후 8시 35분쯤 “청와대로 가자”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를 막던 경찰은 9시쯤 살수차 2대를 동원해 물포를 쏘며 제지했지만 시위대는 빠른 속도로 한강로를 따라 이동해 서울역을 지나 퇴계로로 명동까지 진출했다.

당초 계획했던 청와대 행은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명동성당 앞에 모인 300여명의 시위대에 가담한 김은지(여·22)씨는 “정권이 서민보다는 가진 자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잠잠하던 시위대는 그러나 오후 11시무렵 일부 과격파가 “다시 거리로 나서자”고 주장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명동성당 앞 보도블록을 깬 조각을 경찰을 향해 던졌다. 일부 흥분한 경찰도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20여분 동안 밀고 밀리는 상황이 계속된 끝에 2명이 연행됐으며,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