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사건이 만 하루가 지난 가운데 사망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임시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N빌딩 참사 현장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줄을 잇고 있으며,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도 추모글이 쏟아지고 있다. 수사를 맡은 검찰은 21일 오전 감식반과 과학수사대 등 15명의 요원을 현장에 투입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오후 용산 참사 현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 10여 명은 밤새도록 분향소 곁을 지켰고, 20일 퇴근길과 21일 출근길 시민들도 헌화 행렬에 동참했다. 21일 오전 일찍부터 분향소를 찾아온 대학생 봉인권(24)씨는 “이 근처에서 자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했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 황당하고 마음이 아파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N빌딩 외벽 등에 국화꽃과 추모의 글을 달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 시민은 ‘꽃으로 다시 돌아오시길…’이라는 글을 써 붙였고, ‘다시 만나는 세상에서 함께 해요’라는 글도 있었다. ‘살려고 올라갔는데 죽어서 내려왔다’, ‘살인정권 물러나라’는 항의성 글들도 적지 않았다.

●…사망자 6명 중 김남훈(31)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 경장을 제외한 농성자 5명의 시신이 안치된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선 시신을 확인하려는 유족과 이를 막는 경찰의 충돌이 계속됐다. 20일 오후 늦게 시신이 병원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족들은 시신을 확인하고 빈소를 차리길 원했지만 경찰측은 ‘변사사건이라 검찰의 허가가 있어야 시신을 넘길 수 있다’며 접근을 막았다.

일부 유족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유족들은 “가족이 있는데 묻지도 않고 부검하더니 시신도 못 보게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사망자의 부인은 “오전 6시부터 하루종일 시신을 눈 앞에 두고 있는데 경찰은 확인도 안해주고, 만나지도 못하게 한다”며 울부짖었다.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속속 전해졌다. 참사현장 인근에서 복집을 운영하던 양모(56)씨는 여의동에서 큰 복집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경영난을 겪고, 용산으로 자리를 옮겨 재기를 모색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의 부인은 “지난주에 가족 식사 때 남편이 ‘돈이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나갔는데, 그게 마지막 길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용산에서 40년간 갈비집을 운영한 이모(71)씨는 막내 아들과 시위에 참가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아들(37)도 건물에서 추락해 부상했다. 김남훈 경장도 이혼 후 홀로 7세 된 딸을 키워온 것으로 전해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전 부인과 유족들은 오열하다 실신하기를 거듭했고, 어린 딸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켜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용권·채현식·강버들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