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사망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사건 발생 직후 진압 경찰과 철거민을 잇따라 조사한데 이어 부상자가 입원한 병원을 직접 방문해 화재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일단 화재 경위와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게 급선무라는 입장이지만 경찰특공대 투입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 비춰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도 핵심 수사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화재 경위·사망 원인 규명에 주력 = 검찰은 21일 농성 현장에서 체포된 주민 22명과 진압에 투입된 신윤철 경찰특공대 제1제대장 등 특공대원 5명을 조사한데 이어 21일 오전 부상자들이 입원중인 경찰대학병원을 방문해 화재 당시 상황과 진압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사망자들의 부검도 마친 상태다. 검찰의 발빠른 대응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대규모 참사인 데다 경찰에 1차 수사를 맡기기에 폭발력이 너무 크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진압 당시 컨테이너를 타고 건물 옥상에 올라간 특공대원과 망루 주변에 있던 농성자를 중심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사고 상황이 담긴 동영상 분석을 통해 농성자들이 진압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잉’진압 여부도 핵심 수사대상 =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이 사망사고를 불러왔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진압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농성자들이 대치중인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등 강한 저항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경찰특공대 투입이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장에 나가 진압을 지휘한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 경찰특공대장 등 지휘관들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농성의 적법성 여부와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의 관여 정도, 진압 작전을 승인하고 지휘한 경찰 관계자들의 책임 소재 등을 가리는 작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불법 시위자도 예의주시 = 검찰은 현장에서 연행된 농성자 가운데 시위 주동자를 확인하는 한편 시너병, 대형 새총을 준비해 경찰을 공격한 경위, 전철연이 가담하게 된 배경도 집중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화재 경위와 사망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폭력 시위를 벌인 농성자들을 사법처리 할 계획이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