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관심이 온통 새 ‘미국 호(號)’를 이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만 쏠려 있지만, 실제 조지프 바이든 새 부통령 역할이 오바마 못지 않게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AP 등에 따르면 바이든은 20일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내셔널 몰에서 열린 대통령취임식에서 오바마에 앞서 제47대 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취임식에 참석하기 전 바이든은 관례에 따라 오바마 부부와 함께 성 요한 교회에서 비공개 예배를 드린 뒤, 퇴임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 및 딕 체니 부통령 부부와 함께 차를 마셨다.

사실상 하루종일 오바마 부부를 ‘수행’하는 모양새였다. 사실 미국 부통령은 당 대선후보가 지명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대통령의 역할을 보조해주는 ‘2인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임자인 딕 체니가 부시 대통령 밑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 것처럼 바이든 역시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부통령은 상원의장을 겸임한다. 안건에 대한 찬반이 동수를 이룰 때만 투표를 할 수 있지만 오바마 정부에서 상원의장이 가지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 경기부양책 통과, 자동차 업계 추가 지원 또는 부도처리, 이라크 미군철수 등 의회에서 쟁점이 될만한 사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 초선 상원의원이라는 일천한 정치경력밖에 없는 오바마에 비해 바이든은 선수(選數)로는 6선, 연수로는 36년의 의정관록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전임자들에 비해 대(對) 의회 관계에 있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부시 정부 8년 동안 강경일변도로 치달았던 미국 대외정책을 9·11테러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는 것도 바이든의 주요역할이다. 이와 관련, 바이든 부인 질 여사는 지난해 오바마가 바이든에게 ‘부통령과 국무장관 중 어느 자리를 원하는가’라는 제안을 했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오바마도 자신에게 늘 따라다니는 ‘외교안보 경험 부족’ 문제를 바이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핼리버튼을 비롯한 군수업체와의 유착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체니는 재임기간 내내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옹호하고, 때로는 부시부다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의회내 대표적 외교통인 바이든은 체니와는 반대로 적극적인 외교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바이든은 한때 체니를 “그 어떤 선출직 공무원보다 위험스러운 인물이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구촌을 이끄는 각국 지도자들과의 친분만 따지면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보다 바이든 인맥이 더 넓다는 평이다. 바이든 스스로 “오바마 정부 출범 6개월 안에 외교적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듯, 새 정부 출범 후 닥칠 외교난제에 대해 바이든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