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부강간죄’를 인정하는 듯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부부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서구 몇 나라의 예를 적용한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우리사회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우선 민법 제826조의 동거의무에 반한다. 부부간의 동거의무를 소홀히 하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쉽게 말해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음은 사생활 자유의 침해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부문제는 가정에서 당사자들이 원만히 해결하도록 유도해야지 이를 국가가 강제한다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여러가지 야기되는 사항이 많다. 예를 들어 부부간에 파경을 겪은 아내가 보복 등을 하기 위해 이를 악용할 소지도 적지 않다. 재산분할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형평성의 원리에도 맞지 않다. 강간을 당하는 피해당사자를 아내쪽으로 한정지으면 남편쪽이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나라는 피해당사자를 남녀 양쪽으로 하여 어느 일방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보면 아직까지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이상협 · 부산 수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