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새해들어 문 닫는 점포가 늘고 남은 점포주들 역시 대부분 생존을 위한 현상 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으로 불황을 넘는 점포들이 있어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폐업 음식점이 신규 개업에 비해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당장의 불황에 살아남기 위해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대표 메뉴 외의 메뉴 종류를 축소하는 등 투자보다 지출을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불황이라고 움츠러들수록 고객의 발길을 잡기는 더욱 힘들다”며 “‘위기’의 ‘기’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과감한 투자로 매출 3배 늘어 = 퓨전요리주점인 ‘유객주’(www.yugaekju.co.kr) 신천점은 지난해 12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매장을 리뉴얼(재단장)하면서 이전보다 매출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병윤(47) 신천점 사장이 유객주를 연 것은 지난 2001년으로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김 사장이 매장 리뉴얼을 고민하게 된 것은 지속적인 매출 하락 때문. 특히 지난해 경기불황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급전직하했다.

김 사장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고 힘든 때일수록 재투자를 통한 이득 창출이 낫겠다는 생각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신천점은 리뉴얼을 통해 과거 단순한 카페 스타일의 가게에서 목재 중심의 토속적이면서 현대적 감각이 묻어나는 주점으로 탈바꿈했다. 또 매장 벽면에 설치된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을 통해 24시간 유객주만의 자체 프로그램 방송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고객들이 생일을 맞은 친구나 연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문자로 보내면 방송 화면을 통해 소개된다. 매장을 리뉴얼한 후 불황에도 불구하고 신천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300여만원선이다. 리뉴얼 전 하루 100만원 매출을 예상했던 김 사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만족스러운 투자 대비 효과에 나 스스로도 놀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 업종 전환 돌파구 찾아 = 지난해 맥주전문점 ‘BTB’(www.betterthanbeer.co.kr) 선릉점을 연 이강현(39) 사장은 매출 하락에 따른 위기를 업종 전환을 통해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이 사장은 맥주전문점 창업 전에는 4년간 등갈비를 주메뉴로 취급하는 돼지고기전문점을 경영했다. 하지만 한때 인기를 모았던 등갈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심각한 매출 하락이 그를 고민스럽게 했다. 손님들이 줄면서 종업원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버텼지만 매일 10여종의 반찬을 만들어야 하는 등 고깃집에서 필수불가결한 서비스 메뉴에 대한 부담도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이 사장은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우연찮게 BTB 매장을 방문하게 되면서 업종 전환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는 “비어걸이라는 독특한 컨셉트에서 다른 평범한 맥주전문점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선릉점 매장 전략 1순위로 무엇보다 서비스를 강조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BTB 다른 매장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고객카드제다. 고객이 계산시 계산 금액의 일정 부분을 고객카드에 적립해 일정 금액이 쌓이면 선릉점에서 언제나 현금처럼 사용가능하다. 두 번째는 서비스 메뉴 제공이다. 밀맥주 등 수입맥주를 주문하는 고객에 한해 마른 안주나 주방에서 간단하게 요리가 가능한 안주를 무료 제공한다. 서비스 메뉴는 매장 운영을 통해 일반적으로 주문이 많지 않은 안주를 선택해 메뉴 회전율을 높였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