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대한생명 지분과 장교동 사옥 및 비주력 계열사를 산업은행의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해 대우조선 매각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화가 대생 지분 외에 매각 대상 자산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PEF를 통해 자산을 사주겠다는 산은의 제안에 대한 첫 반응이지만 산은은 추가 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한화의 대응이 주목된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이날 산은의 제안 이후 산은과 첫 협상을 갖고 대생 지분 21%와 장교동 사옥, 비주력 계열사를 PEF에 매각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민유성 행장은 8일 “인수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함께 PEF를 조성, 한화의 자산을 매입해 줄 수 있다”며 “한화 자산을 매입해 3~5년 뒤 자산을 되팔아 남는 수익을 한화에 되돌려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협상에서 산은은 PEF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한화측에 전달했다. 산은은 한화의 제안을 검토한 뒤 다음주초 한화와 다시 만나 대상 자산의 구체적인 가격에 대해 본격 협상을 가질 방침이다.

산은은 그러나 한화가 내놓은 자산만으로는 인수자금 마련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추가로 매각할 자산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찰 당시 한화가 제출한 자금조달 계획서상의 매각 자산 목록에는 대생 지분만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경제상황 악화로 자금조달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경기 시흥 군자 매립지와 장교동 사옥 등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다.

산은과 한화가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함에 따라 대우조선 매각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협상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자산을 매각한다고 해도 한화가 6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3월말까지 일시 완납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 고위관계자는 “다음주까지 협의를 해 봐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타결 가능성을 점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적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 모아야 하고 해외투자자들도 접촉해야 하는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덧붙였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