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중구 동대문운동장 일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조선시대 서울성곽. 중원문화재연구원은 17일 치성(원내)과 성벽, 이간수문(오른쪽 뒤) 등 서울성곽 관련 시설에 대한 발굴 조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임정현기자

조선시대 서울성곽(사적 제10호)의 방어시설물인 치성(雉城)이 서울 중구 을지로7가 동대문운동장 디자인플라자&파크 조성 부지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없어진 줄 알았던 서울성곽과 이간수문(二間水門·두칸 수문)이 옛 모습 그대로 발견됐던 유적이다.

지난 1월부터 동대문운동장 일대를 발굴 조사해온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기관인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차용걸)은 17일 오후 발굴현장에서 3차 지도위원회를 열고 “문헌기록에는 전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한번도 확인된 예가 없었던 서울성곽의 치성 1개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치성은 성벽을 바깥으로 돌출시켜 성벽에 가까이 붙은 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방어시설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치성은 남북 10.2m, 동서 8.3m 규모의 방형(네모 반듯한 모양)이며, 동대문(흥인지문)에서 광희문까지 모두 4~6개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의 조사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 조성부지에서 확인된 서울성곽과 관련된 시설물인 성벽과 치성, 이간수문에 대한 발굴은 일단락됐다. 이를 통해 서울운동장 축구장부지에서 동대문에서 광희문까지 연결됐던 서울성곽의 성벽이 123m 살아있음이 확인됐다. 성벽의 잔존높이는 최고 4.1m(내벽 기준)이며, 성벽의 폭은 8~9m(성벽 기저부 기준)이다. 남산쪽에서 흘러내린 물을 도성 바깥쪽으로 빼내기 위해 만들어진 이간수문은 두칸으로 길이 7.4m, 잔존높이 5.4m다. 홍예식문(虹霓式門·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만든 문)으로 현재 홍예돌 상부만 없어진 채 홍예 첫돌과 받침돌, 바닥석 등이 매우 잘 남아있다. 그동안의 조사로 수문을 두 차례 개축해 사용한 사실과 수문의 방어를 위해 시설물로 꽂았던 목재도 하부에서 확인됐다. 성곽과 인근한 내부에서 건물지 10개소와 집수시설 2개소, 우물 4개소도 확인됐다. 유물로는 분청사기부터 조선청자·무문백자·청화백자·외국자기 등 15~20세기에 이르는 다양한 자기들이 출토됐으며 축구장 건물지에서는 ‘청자 돈(墩)’, 즉 의자로 추정되는 청자편 등이 확인됐다.

책임조사원인 김병희 중원문화재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조선 태조부터 영조 때까지 각 시기별 도성 축조의 서로 다른 특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