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이라크 방송 기자가 아랍권에서 영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라크 곳곳에서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시리아·리비아·레바논 등 반미감정이 깊은 나라들에서도 이같은 분위기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5일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카이로에 소재한 이라크인 소유 알바그다디야 TV 기자인 문타다르 알 자이디(29)는 사건 이후 이라크에서 ‘국민적 영웅’이 됐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 사건에 대해 “부끄럽고 잔인한 행위”라며 비판하면서 알바그다디야 TV측에 공식사과를 요구지만 방송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자사 기자가 부시에게 신발을 던지는 장면을 종일 방영했다. 시청자들과의 전화 연결을 시도해 자이디 행동을 지지하는 반응들을 계속 내보내기도 했다.

자이디의 가족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행동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면서도 “우발적으로 한 독자 행동일 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이디가 2007년 바그다드에서 취재도중 알카에다 관련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의해 피랍됐다가 3일 뒤 풀려난 적이 있으며, 지난 1월에는 미군에 의해 무장조직원을 오인돼 잠시 구속됐다 역시 풀려났었다고 밝혔다.

자이디는 이번 사건으로 아직 정식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이라크 정부에 의해 구금된 상태다. 기소될 경우 7년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1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내 사드르 시티 지역에서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자이디 석방과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조기를 불태우고, 신발을 긴 장대에 꽂아 자이디 지지를 의사를 밝혔다. 바그다드 북서쪽에 있는 사마라에서도 자이디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58세의 내과의사 쿼타이바 라자는 “그의 행동은 문명화된 표현방식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감정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나자프 시내에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몰려와 지나가는 미군 호송차를 향해 신발을 던졌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언론인이자 정치분석가인 아브라힘 모우사위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베이루트에서는 모두 이번 사건을 얘기를 하면서 신발을 던진 기자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이디의 행동을 비난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아랍권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신발을 던진 행동은 아무리 ‘적’일지라도 손님인 경우 극진하게 대접한다는 이슬람 전통을 손상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그의 행동은 이라크 언론에 피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49세의 기계공인 카말 와흐비 역시 “그의 행동은 언론인으로서 부적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