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반목하고 있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대만 방문을 희망하고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이를 용인할 생각이 있음을 내비춤으로써 양안관계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2일 대만 난더르바오(南德日報)는 달라이라마가 내년 적절한 시기에 대만을 방문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달라이라마의 대만 방문이 성사될 경우 마 총통 집권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양안관계가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신문은 최근 마 총통과의 인터뷰에서 “달라이라마가 대만을 방문하면 그를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마 총통은 “만일 달라이라마가 종교 지도자의 신분으로 다시 대만을 방문한다면 우리는 그를 환영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마 총통은 “달라이라마는 종교 지도자 신분으로 2차례 대만을 방문했으며 나 역시 두차례 그를 만난 일이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그러나 마 총통의 ‘환영’ 답변이 국익의 관점에서 심사숙고한 것이 아닌 ‘외교적 멘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마 총통이 ▲달라이라마 방문을 환영할 것인지 ▲그를 만나줄 것인지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이것이 양안관계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 몇가지의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대만에서 활동 중인 티베트의 한 망명정부 지도자는 달라이라마가 대만 방문을 통해 친구를 만나보고 종교에 대한 강연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대만에는 달라이라마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많은 친구들이 있다”며 과거 마 총통과 달라이라마와의 인연을 겨냥한 뒤 “중국을 제외하면 달라이라마의 대만 방문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라이라마는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만을 방문했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유럽의회(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오는 6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달라이라마와 회담을 열기로 한 것에 항의해 1일로 예정됐던 ‘중국·EU 정상회담’의 무기 연기와 함께 프랑스산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계획 연기를 통보한 바 있다.

베이징 = 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