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페루 리마에서 폐막한 제16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동시에 향후 세계금융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모색하는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및 보호무역주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천명함으로써 참가국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 대통령이 22~23일 기조연설을 통해 연일 강조한 “무역과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 ‘동결선언(Stand-Still)’에 동참하자”는 제안은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선언문에 이어 이번 APEC 정상회의 선언문에도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폐막에 앞서 채택된 ‘세계경제에 관한 리마 APEC 정상성명’에는 ‘워싱턴 선언을 강력히 지지하며 향후 12개월 내에 서비스와 상품무역 및 투자에서 새로운 장벽 추가, 새로운 수출 제한 도입, 또는 수출부양조치를 포함한 세계무역기구(WTO)에 합치되지 않는 모든 조치를 자제키로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무역과 투자장벽 동결선언이 두 개의 굵직한 국제회의 정상선언문에 반영돼 지지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큰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위기 해법논의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에 대한 경계 목소리를 가장 앞장서서 내고, 이에 대한 각국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한국의 국가 위상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1차 및 2차 본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보호무역주의 경계 내용을 담은 워싱턴 G20 정상회의 결과를 소개하며 국제사회의 철저한 합의이행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전대미문의 위기’로 규정한 뒤 “그에 걸맞은 전대미문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대미문의 대책이란 각국의 재정 지출 확대와 감세를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 중소기업 각별 배려, 충분한 외화유동성 공급, 보호무역주의 지양, 지역간 협조와 국제공조 등을 총망라한다. 특히 이 같은 재정·금융정책이 국제사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보호무역주의는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를 야기해 결국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시키고, 그로 인한 피해는 신흥경제국이 떠안게 되는 만큼 절대 과거 실패했던 경험(1920년 대공황 당시 보호무역주의)에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참가국 정상들에게 신흥국 대표로서의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리마 =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