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빠르게 파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로 금융권·기업의 부실 자산과 부채를 조속히 구조조정하라는 연구기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24일 ‘세계 금융위기의 실체와 영향’보고서에서 정부가 기업들의 한계 부실자산과 부채를 조속히 정리하도록 유도하고, 금융·재정정책의 기조를 보다 경기대응적으로 운용할 것을 제시했다.

KIET는 “전 세계적인 실물경기 둔화는 깊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관계부처와 감독기관이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과 채권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조속한 정리를 유도하고, 유동성 공급과 금융 건전성 유지는 우선 순위와 기업신용도에 따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우진 KIET 선임연구위원은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수반되는 성장잠재력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지원과 인적자본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금융위기 확산 방지대책 - 금융기관 건전성 실상과 시사점’보고서에서 “은행 자율의 구조조정보다 정부가 담당 부서를 설치해 체계적인 기준에 맞춰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부는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방지를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출경기가 악화되고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 은행의 외화 유동성 부족현상이 심각해져 수출기업들의 자금경색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한계상황에 몰려 은행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다시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기침체에 따라 예상되는 위험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필요하며 정책금리 인하 등의 금융완화 정책과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가계·중소기업의 채무부담 경감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