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주단(채권단) 협약 가입 문제가 극도로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대주단 가입을 두고 금융권의 입박을 받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은 한국주택협회가 나서서 ‘청와대 지시’공문을 보냈다가 취소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지시 공문 파문이 일면서 주택협회와 금융권은 자율가입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주단 협약가입을 두고 정부, 금융권과 건설사들의 막판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 지시 공문 논란 =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및 중형 건설업체 76개사가 회원으로 있는 주택협회는 지난 21일 ‘긴급’이라는 제목하에 ‘청와대 지시로 24일까지 대주단에 가입하는 업체와 2차 및 3차 시한에 가입하는 업체에 대해 차등 지원할 방침’등이 명시된 공문을 보냈다. 주택협회는 이 공문에 대해 업계의 반발 움직임이 일자 ‘협회의 실수’라며 취소 공문을 다시 발송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청와대 지시’공문과 관련,“대주단 협약 프로그램에 가입신청 협조를 수차례 했으나 건설업체에서 여러 가지 눈치와, 가입할 경우 불이익 등을 우려해 미뤄 가입독촉 공문을 보냈다”며 “회원사의 대주단 협약 가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주단협약 가입 신청은 회원사의 주채권은행과 협의해 가입여부를 결정할 것”을 주문하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착오가 빚은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주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1차 시한이 무산된 뒤 이를 불평하는 중소형 건설업체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이를 반영해서 특정 부처에서 또다시 시한을 정해 가입을 독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주택협회의 취소된 공문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이나 청와대의 압박이 강도높게 있었거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됐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이번 건은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정부나 금융권, 협회 등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주단 협약 가입 ‘안개 속’ = 대주단이나 한국주택협회의 ‘협약 가입’ 공식 입장은 자율이다. 특히 대주단쪽은 지난 18일 설명회 이후 특정 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대주단 관계자도 이날 “대주단이 (협약가입에 대해)어떤 날자를 정해 준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주택협회도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대주단 가입과 관련, 주채권은행과 협의해 가입의사가 결정되면 신청서류를 오는 28일까지 협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협회는 이 신청서류를 취합해 채권은행별로 동시에 일괄신청 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대주단 가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 됐다. 아직도 정부나 금융권의 대주단 가입에 대한 뚜렷한 입장이 없는 데다 현대건설 등 대형건설사 일부는 미가입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가입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우려한 중견 및 중소형건설사들과 가입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과 경영권 간섭을 의식한 대형건설사들의 눈치보기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순환·임대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