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행보(브라질, 페루)가 어느 때보다 비장해보인다. 주요20개국(G20) 정상들과 회동한 뒤 전례 없는 위기의 심각성을 새삼 인식한 때문인지, 발걸음마다 ‘위기의 한국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우선 G20 금융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의장국단 3개국(한국, 브라질, 영국)에 포함돼 내년 3월 말까지 금융개혁 로드맵을 만드는 데 브라질과 보조를 맞추는 방안을 모색중하고 있다.

또 브라질과 3대융합산업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원외교에 이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하는 페루에서도 21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개시를 선언한다.

◆다발적 FTA 추진과 코리아세일즈 = 이 대통령은 1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양국 경제인 오찬간담회’ 연설에서 브라질 고속철도사업에 적극 참여할 의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최고의 경험을 갖고 있고, 기관차 만드는 기술도 우수하다”며 설득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과 브라질 경제는 상호보완성이 높아 시너지 창출효과가 매우 크다”며 3대융합산업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성숙한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3대융합산업은 광물자원과 플랜트 산업, 석유개발과 조선산업, 바이오에탄올연료와 자동차·녹색산업의 양국 간 협력체제를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남미의 중심부인 브라질에, 브라질은 아시아의 관문인 한국에 각각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2009년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또 이 대통령은 이날 페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간 FTA 협상 개시 방침을 밝히며 “페루 시장에 중국산 제품이 넘쳐나는 상황이 우리가 페루와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FTA를 통해 가격 및 품질경쟁이 이뤄지면 페루 소비자들의 후생증대에 기여하고, 페루의 대한국 수출도 증대되는 등 양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20 후속조치, 브라질과 공조 강화 = 이 대통령은 “한국과 브라질은 과거 외환위기를 모두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고, 신흥국을 대표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신흥경제국 대표들이 참여하는 G20 주도로 바꿔 ‘파워 시프트’하는 데 힘을 합치자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영국과 함께 G20을 중심으로 한 21세기 새로운 국제금융체제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로 했다”고 의미를 강조하며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 역시 “6개월 전까지만 해도 G20이 세계 경제 문제에 단일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G20은 세계의 정치지형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공동보조를 취해왔다.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과는 이번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3번째 만나게 된다”고 소개했다.

상파울루 =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