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로 미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여행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모든 과정을 영어로만 진행할 수 있는 탓에 노인이나 어린이를 비롯한 영어에 익숙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될 12월 중순까지는 영어와 인터넷에 미숙한 이들은 여행 허가를 받기 위해 주위의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다.

우선 전자여행허가 사이트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여행허가 신청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전자여행허가(ESTA) 사이트(https://esta.cbp.dhs.gov)를 통해야 한다. 하지만 주한 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는 ESTA사이트가 바로 연결돼 있지 않아 대사관 사이트에 연결된 미국 국토안보부 사이트에서 ESTA 사이트로 넘어가야 한다. 인터넷과 영어에 익숙지 않다면 영어로만 돼 있는 미국 국토안보부의 사이트에서 ESTA사이트로 넘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ESTA 사이트에 접속하자 여행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신청서 작성과 제출, 신청번호접수와 여행 허가 여부 확인 등 모두 4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영어 설명이 나와 있다.

또한 여행허가를 신청하는 것인지, 이전의 신청결과를 확인하는지 선택하게 돼 있다. 다음 화면에서도 전자여행허가제도를 영어로 읽은 뒤 이를 충분히 이해했는지 대답해야 한다.

두 번의 선택과정을 거쳐야 시작되는 신청서 작성도 진땀나기는 마찬가지. 신청서 작성을 위해서는 먼저 성명과 생년월일, 국적, 여권번호, 여권 발급일 등의 개인정보 16가지를 필수적으로 기입해야 한다. 이외에도 비행편 정보와 출발도시, 전화번호와 e메일주소 미국 내 주소 등 5가지 선택정보를 입력하게 돼 있다. 각 질문 사항 옆에는 도움말 기능이 있지만 도움말조차 영어로만 제공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질병과 전과, 국제범죄, 미국 추방 여부 등 7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질문은 2~7줄에 이를 정도로 영어설명이 길고 내용도 까다로워 해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미국 비자나 입국이 거부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언제 어디서 거부당했는지를 서술형으로 쓰도록 돼 있다.이같은 복잡한 절차 때문에 인터넷 신청 대행업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다음 화면에서 개인별 신청번호가 나오고, 다시 이 번호를 입력해야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허가 여부는 보통 1~2분 안에 나온다. 간혹 ‘대기’ 상태로 결정이 지연될 수도 있지만 72시간 안에는 최종 통지가 나온다.

한동철기자 hhand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