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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발명한 도구 중에 칼처럼 우리 생존과 생활에 영향을 미친 것도 없을 것이다. 석기시대 돌칼부터 오늘날 부엌칼까지 칼은 인간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권력을 상징했으며 강한 재질과 날카로운 모양새로 양(陽)의 기운을 대변하는 등 오랜 역사만큼이나 인간이 칼에 부여한 의미가 다양한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다양한 칼의 용도와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고려대박물관(관장 조광)이 내년 1월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특별전 ‘칼, 실용과 상징’이 바로 그것.

경인미술관(관장 이석재)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제왕·무사·선비·여인·신(神) 등 칼을 사용한 주체에 초점을 맞춰 꾸며져 있다. 고려대박물관과 경인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육사박물관 등에 소장된 동아시아 삼국의 칼 100여점과 함께 칼이 그려지거나 소개된 그림 및 책, 투구와 갑옷, 융복(戎服) 등의 유물이 출품됐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공인된 조선시대 칼이 모두 300여 자루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중요한 칼들은 거의 모두 이번 전시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근세 이전(고대∼에도시대)에 제작된 골동 도검(刀劍)만 대략 수십만 자루가 넘는다.

전시는 칼을 사용했던 인물들을 기준으로 ‘제왕의 칼’ ‘무사의 칼’ ‘선비의 칼’ ‘여인의 칼’ ‘신들의 칼’ 등 다섯 코너로 구성돼 있다. 가령 ‘제왕의 칼’ 코너에선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철종 어진’(보물 제1492호)에 나타나는 대모갑금은장어도(玳瑁甲金銀裝御刀)와 유사한 경인미술관 소장의 ‘대모갑은동장옥구보도(玳瑁甲銀銅裝玉具寶刀)’를 비롯해 제왕의 칼인 어도로 전하는 4점 중 3점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경인미술관 소장 어도는 조선에서는 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모(玳瑁)거북의 껍데기로 칼집과 칼자루를 제작한 뒤 금과 은, 옥, 매듭으로 장식한 것이다.

또 선조가 임진왜란 때 전라우수사 이억기에게 하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칠성검(七星劍)’과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한 목적으로 인년(寅年)·인월(寅月)·인일(寅日)·인시(寅時)에 제작된 사인검(四寅劍) 등도 전시되고 있다. 조선시대 환도(環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칼들과 임진왜란을 전후해 도검의 변천상을 살필 수 있는 유물들, 그리고 명대 ‘고위무관패도(高位武官佩刀)’와 에도(江戶)시대 ‘와키자시(脇差)’ 등 중국과 일본의 다양한 도검을 비교·전시해 조선시대 도검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이밖에 정절과 순결의 상징인 은장도 등 여인들이 사용한 각종 장도(粧刀)와 기녀들이 칼춤을 출 때 사용했던 무도(舞刀), 칼날에 새겨진 그림과 문자, 칼을 장식하는 다양한 문양을 통해 벽사와 길상의 의미를 강조한 도검 등도 출품됐다. 02-3290-1514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