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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외건설 수주가 올해 사상 최초 500억달러 수주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들의 10월 말 기준 해외건설 수주액은 434억8061만달러로 지난해 수주액 397억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의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시장 점유율은 2.9%(2006년 매출액 기준) 수준으로 세계 11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의 수주호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업체의 해외건설시장 점유율은 2~3년 내에 6%가량으로 높아져 ‘해외건설 강국’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해외건설이 미래 성장 동력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진출 국가와 공사 종류를 다양화해야 한다. 또 전문 인력 양성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같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하나되는 지원 활동이 적극 전개돼야 한다. 민·관 합동 시장 개척단도 활성화하고, ‘해외 건설 로드쇼’도 적극 전개하는 등 측면 수주지원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주 다변화가 살길 =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는 중동 산유국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주 확보를 위해서는 신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다변화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중동경기에 편승한 수주 호조로 1980년대 초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해외건설 강국으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이후 유가 하락 등으로 중동 경기가 퇴조하면서 오랜기간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중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신시장으로 적극적인 개척 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알제리, 앙골라,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 에너지 자원 개발국가들이 발주하는 대규모 인프라 개발사업 등에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 종류도 다변화해야 한다. 단순 토목, 건축분야에서는 이미 후발 개도국 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데다 일부 분야에서는 기술력도 대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도급사업에 대해서는 우리 업체들간에 과당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해외건설협회를 중심으로 업계에서 자율적인 조정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로 경쟁력 강화해야 = 우리나라의 건설 건축 기술은 시공, 상세 설계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플랜트 건설의 경우 EPC(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공사 수행방식)능력 또한 선진업체와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공사의 틀을 짜는 기본설계 등 핵심기술 능력은 매우 취약해 미국, 유럽 등 선진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기술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발 이후 원천기술로 대접 받을 수 있는지 자체가 불투명하다”면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 업체를 인수하면 시장 진입이 단시일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에 선진국 업체와 국내업체가 함께 참여해 기술을 전수 받는 기회를 얻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기술개발은 국제화 시대에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므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업체들도 단순 시공능력 위주에서 벗어나 설계능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정보관리, 계약 및 구매관리, 위험관리 등 종합적인 프로젝트 관리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 인력난 해소책 시급 = 해외건설 현장에서 인력부족 현상이 가장 심한 공사는 플랜트건설 분야다. 후발주자로 해외시장에 뛰어든 중소 및 중견업체들도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 경험자나 계약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각 업체들은 퇴직 인력을 재고용하거나 해외 엔지니어를 채용해 인력을 충당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건설시장 침체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중견·중소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본적인 정보와 경험이 없고 자금동원능력과 기술력, 대외신용도 부족 등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과의 동반진출을 통한 해외공사 경험 축적 등 자체 노하우를 확보해야 한다. 또 정부도 중소기업을 위한 특별 금융이나 보증 발급제도 등의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성이다.

◆금융동원 능력 강화도 필수 = 해외에서 건설능력을 인정 받고 있어도 금융 동원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들의 해외건설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건설공제조합의 해외건설 참여, 시중 금융기관들의 해외건설 상품 개발 등이 뒤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투자 개발형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종자돈을 지원하는 인프라 건설펀드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기관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 해외건설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정확한 분석결과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