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232년만에 첫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막을 내린 미국 대통령선거 드라마의 감동은 많은 한국 네티즌들의 마음도 물들였다. 네티즌들은 역경을 딛고 새 역사의 한 장을 열어젖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성공신화에 감동을 표하는 동시에, 패장인 존 매케인 후보의 아름다운 퇴장에도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미 대선에서 보여준 ‘감동의 정치’가 부럽다”며 오바마 당선자의 당선연설과 매케인 후보의 승복연설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으로 수없이 퍼나르고 있다.

◆부러운 감동의 정치 = 네티즌들은 우선 사회에서 소수파에 불과한 오바마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국민들의 선택에 감동을 표하고 있다. ‘붉은돼지’라는 ID의 네티즌이 올린 ‘세상은 한 발 더 성장했군요’라는 글은 6일 오전 현재 1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메인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네티즌은 “미국 국민들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희망, 정의라는 가치를 위해 대통령의 피부색도, 후보의 일천한 정치 경력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부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유학중이라는 또 다른 네티즌은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은 작고 보이지 않는 차별이 적지 않아 힘들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제일 멋지고 값진 경험과 공부를 했다”며 “선거운동 때의 노골적인 견제와 헐뜯기를 극복하고 흑인이, 그것도 아프리카 태생인 오바마가 (당선되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패장에도 찬사 쏟아져 = 네티즌들은 속히 패배를 인정하고 협력을 다짐한 매케인 후보의 깔끔한 매너에도 박수를 아끼지 않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각종 인터넷 카페에는 ‘패배는 나의 것, 당신들의 것이 아닙니다’라는 패배 승복연설 동영상과 어록이 올려지고 있다.

‘범선’이라는 ID의 네티즌은 “매케인은 오바마의 당선에 대한 지지자들의 쏟아지는 야유를 제지한 후 ‘단합해야 한다’며 오바마를 지지했다”며 “미국의 선거는 과정이 어떻든 결과에 승복할 줄 안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미래가 있다. 매케인이 진정한 우익”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디 ‘동동이’라는 네티즌은 “선거 과정에서 네거티브 전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깨끗하게 패배에 승복하고 당선자를 인정하면서 협력할 것을 말하는 매케인의 연설은 감동이었다”며 “저런 대선 후보를 둔 미국이라는 나라가 처음으로 부러웠다”고 밝혔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