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시작됐다. 그냥 변화가 아니라 세계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체인지’의 신호탄이다. 대변화의 진앙지는 미국이다. 미국민들은 ‘변화(Change)’를 내건 버락 오바마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200여년의 역사상 처음 성공한 ‘흑색혁명’은 인종갈등의 종언을 고하며 미국사를 새로이 쓰게 됐다. 이 같은 의미 못지않게 세계사에 던지는 함의와 향후 몰고 올 파장은 더 크다는 진단이다.


미국 내 변화의 기운은 국경을 넘어 전 지구로 확산될 전망이다. 정치·경제·외교·사회·문화 모든 측면에서 세계는 변화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은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지는 게 불가피하다. 부시 행정부가 8년간 밀어붙였던 힘에 의한 일방적 패권주의를 접고, 오바마 당선자가 다자주의 원칙을 천명하면서 세계역학구도 역시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기후변화협약 등을 외면하면서 고립됐던 미국이 동참으로 선회하며 21세기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제공조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당선이 전 세계에 던지는 파장이 가히 전방위적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에는 중대한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내 대변화 불가피 = 무엇보다 미국에 ‘신세계교향곡’을 울려 퍼지게 할 오바마의 지휘봉에는 ‘희망을 위한 변화’, ‘통합과 화합’의 철학이 담겨 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무장한 오바마의 등장은 미국 내부적으로는 다인종·다문화사회의 확산, 보수의 퇴진, 신자유주의 몰락과 이를 대체하는 진보성향의 정책 추진을 예고한다. 정책기조와 관련해 기업중시, 시장만능, 성장우선, 자유무역 자리에 노동중시, 규제강화, 분배우선, 공정무역이 들어가 대체할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오바마 당선자는 시장만능주의가 뿌리라고 인식한다. 이런 점에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규제에서 타개책을 찾고 있고, 투기적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금융규제 강화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금융정상회의에 당선자 자격으로 참여해 미국의 향후 경제운영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질서의 근본적 재편 촉발 = 나아가 세계 역학구도와 질서의 재편이 불가피한 이유는 오바마의 대외정책 기조 때문이다. “적국 지도자와도 직접 대화하겠다”는 오바마 당선자의 한마디에는 힘과 무력, 전쟁 불사 의지 대신 대화와 타협, 통합 지향, 외교적 해결방식, 다자주의에 대한 강조가 담겨 있다. 목표는 실리, 국익 챙기기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환영 입장을 보이며 조심스레 안정과 평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중동의 아랍세계는 종교전쟁을 해소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패권주의, 팽창주의가 맞부딪쳐 갈등을 빚어온 러시아, 중국도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오바마 당선자는 ‘슈퍼 파워’ 대신에 ‘소프트 파워’를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녹색성장, 그린 잡 창출, 기후변화협약 동참 등에 대해 오바마 정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이 같은 글로벌 이슈가 말 그대로 다른 모든 국가들에서도 최대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전과 기회 맞은 이명박 정부 = 한국 사회에도 적잖은 파장이 몰아칠 전망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의 40대 역할론, 다인종 다문화주의 확산, 실용주의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는 기후변화, 녹색이슈에 대해 일찌감치 주도적 입장을 천명한 터여서 더욱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북핵문제의 해법, 주한미군 역할 변화를 둘러싼 시각차와 한국의 국제공헌에 대한 요구 등은 이 대통령의 외교력과 리더십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