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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형두 워싱턴특파원]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분명 미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버락 오바마 당선에 대한 전세계적인 환영분위기는 지구적 도전에 직면한 미국과 세계에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취임 이후 몇 개월간 세계각국과 특별한 밀월(허니문)시기를 가지겠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냉정하고 현실적인 글로벌 도전에 다시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박사는 5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전기를 제공하겠지만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두 개의 핵문제, 두 개의 전쟁 즉 북한·이란 핵문제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 그리고 당면한 국제금융위기, 러시아 관계 등의 현실적 도전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오핸런은 민주당 정권의 등장으로 영향력 증대가 예상되는 진보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안보정책 선임연구원이자 올해 브루킹스의 대형기획 ‘기회 2008’ 책임자다. 북·미관계 개선방안을 담은 ‘대타협’, 차기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을 다룬 ‘하드파워’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이번 대선기간 중 브루킹스의 제임스 스타인버그·수전 라이스·제프리 베이더 등의 전문가들은 오바마에게 핵심적인 외교자문 역할을 했고 스트로브 탤벗 소장과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용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당선에 대해 세계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외교정책, 이라크전 이후 높아졌던 미국의 이미지 실추를 만회할 기회 같은데.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그가 말해왔던 대로 ‘아프리카 케냐인의 아들도 세계최강국 미국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었다. 미국이 보수적 기득권층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고 다양한 이민자 사회이자 역동적 민주주의, 평등과 자유의 나라라는 ‘건국 정신’을 다시 한번 과시한 기회였다. 분명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의 꿈을 세계의 희망으로 발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제사회의 환영분위기가 미국과 국제사회가 새롭게 글로벌 이슈를 해결할 기회로 연결될 것으로 보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이후 몇개월간은 허니문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외교안보정책에서 새로운 전기를 갖게 되겠지만 현실의 문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안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는 1990년대 제네바합의, 한국정부의 햇볕정책, 그리고 부시 행정부의 최근 북·미협상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뿐 아니라 이란 핵문제라는 두 가지 핵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의 준동,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했던 파키스탄 내의 정치·경제적 혼란과 아프간과의 국경지대 문제가 새로운 도전거리다. 이라크 문제, 중동평화 등과 함께 당장 국제금융위기도 최우선 해결 순위의 과제로 떠올랐다.”

―오바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보면 미국과 세계 주요국가와의 협력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듯한데.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비판하며 미국과 함께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우방국가들로서는 미국과 새롭게 협조해야 할 부담감도 동시에 느낄 것이다. 우방국들도 이제 자국민들에게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이 져야 할 부담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 역시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외교 안보뿐 아니라 기후협약, 금융위기 등에 대한 광범한 국제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자가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부시행정부는 2기에 들어와 초기정책에서 많이 선회했다. 초기의 일방주의적 이데올로기 대신 다자외교와 실용주의를 채택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협력사례가 그렇다. 이란핵문제에도 유럽국들이 참여하고 있다. 북핵 6자회담과 북·미 직접 접촉도 초기 정책으로부터 크게 전환한 것이었다. 따라서 오바마의 당선이 곧 우호적인 환경을 새롭게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의 통상정책,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공약은 변화할 가능성이 있나.

“장기적으로는 오바마 당선자의 정책 역시 개방적인 무역정책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힘들다. 그는 선거기간 중 노동조합 지지자들에게 ‘불균형한 대외 무역’ ‘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무역협정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그는 보호무역의 장벽을 쌓으려는 미국 내의 목소리에 둔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분명 미국은 세계에 개방적일 때 가장 강해질 수 있다.”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