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위기에 처한 미국 경제를 재건하는 일이다.

대선 당일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뉴욕증시는 단 하루 만에 매도물량을 쏟아내며 ‘정권 교체’라는 호재의 약발이 하루짜리였음을 드러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난 9월 중순 이후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이 내놓은 일련의 구제금융책은 일종의 응급처방일 뿐이다. 오바마는 아예 환자의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대통령직을 물려받는다.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어떻게 감당해낼지, 금융위기 여파로 한파가 몰아닥친 실물경제를 어떻게 회생시킬지, 신(新) 자유주의가 빚어놓은 월가(街)의 무질서를 어떻게 바로잡아 나갈지 오바마는 본격적으로 ‘경제회생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대책 즉시 착수 = 오바마는 이번 주말쯤 차기 대통령으로서 첫 공식 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당선자는 취임 후 경제 운용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약을 통해 제시했던 ‘저소득층 감세-고소득층 증세’라는 세제 개편 방향, 실물경기 부양책의 의회 통과 촉구, 기존 금융관련 국제기구를 대신할 새로운 형태의 기구 창설에 대한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실물경기 부양 방안이다.

현재 610억달러 규모의 2차 경기 부양책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아직 상원에서는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상원에서도 압승을 거둔 오바마 당선자는 당분간 의회 지도부와 접촉하며 경기 부양책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이를 통해 가계부문 수입이 늘어나면 소비가 되살아나 기업활동이 활발해진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밑그림에 불과한 이 선순환을 어떻게 실제 정책에 연계시킬지도 관심이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들인 은행들이 정작 돈 보따리를 풀지 않고 있는 현재의 ‘돈맥경화’를 풀기 위해 금융권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들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바마의 딜레마 = 오바마 당선자의 어려운 숙제는 어떻게 거대한 재정적자의 부담을 떨쳐내느냐다. 미 재무부는 5일 금융위기 진정을 위해 올 4분기(10~12월)에 5500억달러를 단기 차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내년 1분기(1~3월)에도 3680억달러를 차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스란히 오바마가 짊어져야 할 멍에다.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안, 의료보건 개혁을 꾀하고 있는 오바마로서는 동시에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