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변화’를 선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미국민들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제44대 대통령으로 선택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새로운 세계’에 직면해 있다. 오바마 당선이 한국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오바마와 그의 시대’가 한반도에 던지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긍정 요인’과 ‘부담 요인’으로 나눠 각각 10개 항목으로 정리한다.

■금정 요인

미국이 제44대 대통령으로 민주당 출신의 흑인 대통령을 선택함에 따라 한국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은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시대’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역대 정권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한국이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대응하는 데 성공할 경우 국제 무대의 중심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 미국식 ‘패권주의’의 근본적 변화 = 오바마 후보의 당선으로 향후 국제정치경제의 역학관계는 미국 중심의 ‘일방적 패권주의’에서 ‘동반자적인 다극(多極)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수준에서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로 세계의 정치·군사체제가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이 그동안 대화를 단절한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접촉에 나섬으로써 세계적인 차원에서 평화 체제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임기 첫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악의 축’ 국가 지도자들과도 조건없이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원칙’ 등의 일련의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북·미 관계가 급속히 개선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 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경우 ‘컨트리 리스크(국가 위험)’가 크게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정부가 전통적으로 추진해온 북한 인권 문제의 공론화 등도 향후 오바마정부에서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해법을 못찾은 ▲이란 핵프로그램 협상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중동평화협상 등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기 해결 = 오바마 당선자의 선출로 현재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조기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 기간동안 19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공약했기 때문에 올 3분기(7~9월) 이미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미국 경기침체의 강도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자가 주장해온 ‘강(强) 달러화(미 달러화 가치 상승) 정책’도 국내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약화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개편 논의에서 우리나라 등 신흥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동안 선진 7개국(G7) 위주로 진행돼온 국제금융계의 리더십이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20개국(G20)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명박 대통령도 강조하고 있는 ‘녹색 성장’도 오바마 당선자의 선출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성장’이 전세계 지식층의 주요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문화·사회적인 효과도 클 듯 = 인도네시아에서 성장기를 보낸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미국에서 한국인 불법체류자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한·미 양국간 인적 교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소외받아온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및 해외동포들에 대한 한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당선자의 선출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인종적, 문화적, 계층적, 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획기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 등 공화당 정부에서 강화돼온 신자유주의의 퇴조로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소외계층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 요인

오바마 당선자의 선출로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경제 분야가 가장 많다.

당선 직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철학은 역대 공화당 대통령보다 보호무역주의적 색채가 강할 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을 여과없이 밝혀왔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북한과 직접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도 한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북한과의 직접 외교와 6자 회담이라는 ‘다자(多者)간 틀’을 동시에 열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영삼정부 시절처럼 우리나라가 불편해하는 상황에서 북·미간 대화통로가 열릴 경우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교통하고 한국과는 관계를 단절함)’이 현실화하면서 한미동맹의 전반적인 약화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한·미 FTA 등에 악영향 = 오바마 당선자의 선출로 한국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한·미 FTA와 관련된 사안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나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며 “한·미 FTA는 아주 잘못된(badly flawed) 협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자가 향후 한·미 FTA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일부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6월16일 선거 연설에서 “한국이 수십만대의 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 미국 차의 한국 수출은 수천대로 계속 제한하도록 하는 협정은 현명한 협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당선자가 향후 한·미 FTA와 관련, 자동차 관련 조항의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당선자가 상대적으로 강한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띠면서 한·미 통상마찰의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한국 경제에는 ‘악재’다. 우리나라 반도체, 자동차, 휴대전화 등의 주요 수출지가 미국이라는 측면에서 최악의 경우 ‘긴급 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등의 발동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파업 근로자 보호 ▲단체협약권 강화 등 근로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면서 국제무역에서도 ‘공정무역’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한·미간의 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중심주의보다는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한국 경제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에서 금융 등의 규제를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규제 완화를 국정 주요 과제로 내걸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책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 한미동맹의 약화 가능성 = 오바마 당선자가 북한과 직접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대북 관계에 대해 한·미간에 ‘미세한 시각차’가 발생하면서 한미동맹이 약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미 관계는 불편한 상황에 빠지고 북·미간의 대화 채널은 지속적으로 가동되면서 ‘통미봉남’이 현실화할 경우 한·미 관계가 심각한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과거 군사동맹에 의존했던 한미동맹 관계를 공유 가치와 상호이익의 토대 위에서 세워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의 ‘역할 분담’을 더 많이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분담금 상향조정,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역할 확대를 요청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한미군 감축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에서 진보적인 성향의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국내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한국의 진보 진영에 세 확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보수적인 성향의 이명박정부와 마찰을 빚어 제2의 촛불시위와 같은 국론 분열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