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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병직 경제산업부장]

‘오바마 승리로 미 달러화 강세 전망’, ‘통상마찰 우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상’, ‘국내 업종별 희비 교차’…. 5일 치러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쏟아지는 각종 전망들이다. 어지럽다. 오바마 당선은 한국경제에 ‘득(得)’인가, ‘실(實)’인가. 한국 싱크탱크의 총본산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이끌고 있는 현정택(59) 원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아닌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게 한국경제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플러스’입니까, ‘마이너스’입니까.”

현 원장은 6일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같은 기자의 질문을 받자 당황한 듯 멈칫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우선 오바마든, 매케인이든 대선을 통해 차기 미국 대통령이 확정됐다는 점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 큰 호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한국 경제불안의 근본 원인인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가는 측면에서 오바마 체제가 매케인에 비해 상대적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 해소 차원에서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선거결과는 경제위기를 몰고온 공화당 정부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평가이며, 오바마가 승리한 핵심은 경제였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현 원장은 “구제금융 등을 통해 중첩된 미국경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민들의 지지가 중요하다”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있는 오바마는 기존의 형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과감한 경제위기 해소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 원장은 “특히 민주당이 상·하원 선거에서도 압승함에 따라 보다 강한 책임감과 추진력을 갖고 경제위기 해결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글로벌 실물경제가 기력을 회복한다면 이는 결국 한국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원장은 “대북 정책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오바마 후보의 당선으로 북한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점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긴장관계가 완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한국에서의 위험요소를 줄여줄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국가 신인도가 올라가면서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기대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 색채에 따른 통상마찰 심화 가능성에 대해 현 원장은 “미국내 정치적·전략적 측면에서 불공정무역 제소 건수가 늘어나는 등의 통상마찰 증가가 예상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심각한 미국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고립주의를 벗어나 국제금융이나 무역부문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국제적 공조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오바마가 미국만을 위한 독불장군식으로 뛸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현 원장은 한·미 FTA의 조기 비준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 원장은 “미국에 제7의 교역대상국이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국과 이미 끝난 협상을 발로 차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한·미 FTA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은 견지하되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일부 수정은 양측 통상전문가에게 맡기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을 둘러싼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한·미 FTA 조기 비준은 그 자체로 시장안정에 큰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인터뷰의 화두를 오바마 당선이란 ‘외부 변수’에서 ‘내부 변수’로 슬쩍 돌리자 현 원장은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우리 정책당국과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했다. “보십시오. 미국은 엉망이 돼서 무너지는 것 같아도 구제금융, 감세조치, 새로운 패키지 정책 등 해야할 일들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말로는 ‘위기’를 걱정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부 대책도 늦었는데, 더욱이 국회는 이를 붙잡고 있고, 정치적 대립으로 600여개의 법안이 쌓여있어요.” 그는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 정치권이 발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은 비슷하게는 노력하는데 잘 돌아가는 것 같지 않다’는 막연한 불신이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오는 12월 말까지는 국제금융시장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기인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내 정권이 이양되는 내년 1월까지 3개월이 매우 중요한 만큼 우리 정부는 경제위기 공동대응을 위해 미국의 현 행정부는 물론 새 정부와의 공조체제 구축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bj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