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기대통령 당선자는 1주일내 재무장관·국무장관 후보부터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와 이라크·아프간전은 권력 교체기의 틈을 한 치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긴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데릭 미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위기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권력이양은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해야 할 것”이라며 “당선자는 곧바로 재무·국무 장관후보를 내정함으로써 당면한 위기상황 대처에 곧바로 나설 인적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 때문에 어느 대통령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유임과 상당기간 역할 수행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첼 연구원은 오바마의 초기경선 때부터 아시아정책을 자문해온 4명 중 한 사람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빅터 차(국제정치학) 조지타운대 교수도 “차기 대통령은 높은 국민적 기대 속에서 금융위기와 이라크전 같은 가장 어려운 과제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한반도 정책의 경우 북핵 검증문제가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적인 정책성향을 보여왔다”며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일했지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오바마와 함께 1983년에 컬럼비아대를 함께 졸업한 동기동창이다. 당시 컬럼비아대 한 학년의 숫자는 다른 유명대학보다 훨씬 적은 650명 밖에 안돼 졸업생들끼리 친밀도가 높다고 한다.

미국 최대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스트로브 탈보트 소장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과 전세계가 당면한 금융위기, 두 개의 전쟁에 파병된 미군, 에너지안보·건강보험·교육·경쟁력 같은 장기적 국가과제가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는 오는 7일 차기대통령에게 보내는 12개의 정책의제와 제안메모를 발표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하기 전이라도 주요 경제정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전했다. WSJ은 이날 1면톱 기사로 “미국 자동차 업체의 전례없는 불황,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0월 제조업 지수가 2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차기 대통령 당선자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 은행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민주) 상원의원은 “대통령 당선자는 곧바로 재무장관을 내정하고 그를 중심으로 경제팀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도드 의원은 차기 백악관 팀을 상원 규제회의에 참석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원공동 경제위원장인 찰스 슈머(민주) 상원의원은 “오바마가 이길 경우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비록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 기간 중이더라도 소규모라도 2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며 “대통령 취임식 직후 대규모 추가 부양안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설혹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의회에서는 현재 판세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는 11월에 추가 경기 부양법안 통과에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차기 대통령이 당면하게 될 3가지 경제적 도전으로 ▲경제 전반의 분위기 개선 ▲무너진 금융산업 재편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자 경제적 라이벌인 중국 관련 정책의 조정을 꼽았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